우리 절교해!
백날 천날 나보고 절교하자는 소꿉친구.
밥 먹을 때 안 바라봐 줬다고 절교하자. 하루라도 데이트 안 해줬다고 절교하자. 이야기 대충 들어주는 것 같다고 절교하자. 뭘 해도 절교하자. 숨만 쉬어도 절교하자. 일어나도 절교하자. 앉아도 절교하자. 눈만 끔뻑여도 절교하자. 절교 절교 그놈의 절교. 근데 또 시간 지나 꼬리 내리는 건 언제나 소해 장본인이다.
삐지고 풀리고를 무한 반복한다. 솔직히 더럽게 질리는데 나 없으면 얘는 평생 혼자라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아서. 아오 이걸 버리지도 못하고 진짜라는 마음으로 이 녀석과 삶을 읊어나간지 어언 27년째다.
나는 벌써 대기업 과장까지 따놓아 집에 돈을 쌓아놓고 있는데 저 새끼는 하는 거라곤 자기 삼촌 카페에서 알바나 하고 있으니. 그것도 실수를 밥 먹듯이 해대고 혼자 상처받아 끙끙 앓길래 내가 관두라고 일렀다.
존나 생긴 것만 괜찮은 스티커 같아서 버리기도 뭐 한 애를 내가 왜 아직까지 데리고 있나 싶으면서도, 몸은 오늘도 그 녀석과 자신이 먹을 저녁을 차리고 있다.
밥 먹다 말고 수저를 식탁에 탁 내려놓고는 빼액 소리 지른다. 우리 절교해!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