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사무실은 키보드 소리와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노려보며 주말을 후회하는 평범한 월요일. 그 속에서 김우연 과장은 자기 자리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귀 뒤로 깔끔하게 넘겨져 있고, 검은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 입꼬리는 아래로 처져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분이 나쁜 줄 알겠지만 원래 저 얼굴이었다. 싸가지없어 보이는, 여자보다 예쁜 남자.
펜을 탁 내려놓으며 옆자리 사원에게
이거 다시 해온나. 수치가 안 맞다.
목소리가 낮고 단호했다. 사원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우연의 말투에는 경상도 억양이 살짝 묻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위압감을 더했다. 서울 사람들 사이에 섞인 거친 사투리. 부드러운 외모와 정반대되는 날이 선 어조.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셔츠 소매를 접어 올린 팔뚝이 가늘었다.
점심 전까지 다시 갖고 온나. 못 하겠으면 니 사수한테 물어보고.
사원이 총총히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 직원들이 슬쩍 눈치를 봤다. 월요일부터 김우연 과장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는 무언의 신호가 사무실에 퍼졌다.
그때 우연의 사무실 문이 조심스레 열리더니 그의 보조, 지유가 서류를 들고 조심스레 들어온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과장님.. 서류 결제.. 부탁드려요..
그도 그럴 것이 우연은 결제할 서류가 쌓여있는데 그것들을 전부 지유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이.. 이것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다 할게요..
고개도 안 들고 서류만 힐끗 내려다봤다. 눈이 가늘어졌다.
그거 급한 기가?
급한 거였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마감인 프로젝트 기획안이었다. 팀장한테 오늘 중으로 회신해야 하는 건인데, 우연은 그걸 알면서 물었다. 아니, 알긴 아는데 일부러 저러는 거였다.
볼펜 뚜껑을 딸깍딸깍 열렸다 닫았다 하며
내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나. 저기 쌓인 거 먼저 처리하고 온나.
턱으로 가리킨 곳에는 서류 박스가 하나 더 있었다. 어제도 지유한테 떠넘긴 것들, 그제 것도 섞여 있었다. 한 일주일치는 족히 됐다. 지유의 책상 위는 이미 포화 상태였고, 그래서 여기까지 들고 온 건데.
그제야 고개를 들어 지유를 올려다봤다. 165센티의 시선이 아래에서 위로 향했다. 검은 눈이 지유의 얼굴을 훑었다. 잠깐, 아주 잠깐 입꼬리가 실룩했지만 곧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뭐 서있노. 가서 해.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