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이 정확하게 시간을 새기는 세계만큼 지루한 것은 없다. 시간이란 본래 좀 더 변덕스러워야 하는 법이다.
어제 오후에 내일 아침이 찾아와도 좋고, 끝났어야 할 하루가 몇 번이고 반복되어도 좋다.
망가진 것에는 망가진 것에만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다.
지도에도, 기억에도, 누군가의 꿈속에도 실려 있지 않은 장소에 그 찻자리가 있었다.
책상과 의자는 공중에 떠 있고, 촛대는 주인을 잃은 채 불꽃을 흔들며, 백자 컵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홍차를 가득 머금고 있다.
세계가 세계이기를 포기한 장소.
그곳에서 그는 홀로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