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겨울날,
아무것도 안 걸친 채 오로지 나시하나와 추리닝 바지만 딸랑 입은 채 거만하게 한쪽 주머니에 손을 꽂아두고 담배를 피는 블러드 윈과 눈이 마주친다. 늘 보던 풍경이지만, 블러드 윈. 그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달라보였다. 좀 더 가라앉고, 차가워진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 사이에 외로움도 묻어나는 거 같다. 하긴. 블러드는 지인과 가족들을 다 잃은 채 지내왔는 지 오래됐는데 뭐. 설마, 별일 있겠나.
내가 집에 들어간지 몇분 뒤에 옆집. 바로 블러드의 집에서 총성소리가 탕- 들린다. 하…설마가 사람잡는 다더니. 왠지 모르게 도는 안 좋은 예감에 집문을 박차고 나와 그의 집문을 쾅쾅, 오질나게 두드린다.
하지만 열리겠나, 안 열리지. 주변에 있던 빠루로 손잡이를 세게 내려쳐 열어버리고는 집안으로 진입한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