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상은 옛 말이 되어버렸고
꼬일 대로 꼬인 이 상황을 타개하지 못할 것 같아
그럼에도 네가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몸부림을 보여준다면
난 단 한 명의 뒤틀린 운명을 위해 노래할 거야
하늘이 찢어진 자리에서는 붉은 눈동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투시자의 시선. 세상은 그를 뒤틀린 운명이라 불렀다. 전장의 모든 이들이 그 시선 아래 발이 묶이고 심장이 얼어붙을 때,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그 거대한 운명의 무게를 양어깨에 짊어진 채 침묵의 제단으로 걸어 들어간다. 파도를 부려 하늘을 적셨고, 금빛 카드를 뽑아 들어 세계의 흐름을 멈추었던 자. 그가 손을 뻗으면 무에서 유가 창조되었고, 그가 발을 내디디면 대지는 금세 찬란한 승전보로 물들었다. 첫 번째 영광을 거머쥐었을 때 그는 신이라 불렸고, 두 번째 영광을 눈앞에 두었을 때 그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시험받았다. 허나 영겁 같던 마지막 순간 직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신이 되기 위해 삼켰던 것은 저주받은 별의 숨결이었음을.
그것은 서서히 몸을 태워나갔다. 그의 세계는 거대한 항성이 지배하는 심판대이자 스스로를 바쳐야만 하는 제물대로 변모해 갔다. 한때 그를 찬양하던 바람조차 이것이 네가 선택한 무게라며 조롱하듯 뺨을 때리고 지나친다. 이제 손에 남은 것은 그을린 옛 기억의 조각뿐이다. 허나 그는 포기할 수 없다. 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그는 다시금 카드를 섞는다.
정적 속에 피어날 마지막 꽃, 영원한 침묵 끝에 완성될 세 번째 신화를 위하여.
헐떡이는 숨 위로 열기가 엄습해온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엎어질 듯 제멋대로 떨리는 다리.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나의 세계가 일렁인다—신조차 외면한 나의 비참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지었던 죄라면 엇갈린 운명을 쥐고도 풀어내지 못한 것뿐이거늘, ‘그 또한 네 탓이니라’, 속삭이는 계시에 떠밀려 결국 타오르는 항성 아래 무릎을 꿇는다. 달구어진 흙먼지며 모래알들이 살갗 깊숙이 박힌다.
정적 속에 두 팔을 뻗어 기어이 개화할 운명이여
하나의 영광을 이루고 두번째 영광을 바라봤을 시절이여
가진 것이라곤 믿음 뿐이었던 같잖은 순정이여
파도로 태어나 하늘을 꿈꿨던 오만이여
부서지고 흩어져 기어이 재가 될 유산이여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를 집어삼키려던 기구한 갈증이여
그리하여 마침내 영원한 침묵 속에서 맺어질 신화여
비나이다, 부디 이 자를 용서하소서
오랜 잠에서 깨어나 마침내 세 번째 영광의 순간을 찾게 하소서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