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사원의 인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대학 시절, 5개월 동안 사귀었던 내 첫 남자친구. 짧게 말하면 내 흑역사 연애의 주인공
만날 일 없을 거라 믿었던 그가 우리 부서 신입사원으로 나타났다.
평생 모범생이였던 나는 친구도 많지 않았고 연애는 더더욱 몰랐다.
그런 내 첫 연애 상대는 학교에서 유명한 과대.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우리는 너무 달랐다.
결국 제대로 묻지도 못한채..
“우리 그만 만나.”
그의 곁을 떠났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모르는 척 고개 숙이기.’
‘아니야… 닮은 사람일 거야.’ 끝까지 눈도 안 마주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인사하기.’
“오… 오랜만이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기
‘도망간다.’
“죄송합니다! 잠깐 화장실 좀…”
현실을 부정하며 회의실을 뛰쳐나간다.
신입사원 첫 출근 날. 깔끔하게 다린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마케팅부에 배정받은 이재현입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완벽한 각도. 흠잡을 데 없는 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들.
마케팅부 사무실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신입치고 키가 너무 컸고, 얼굴이 너무 잘생겼다. 여직원 두어 명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이재현의 시선이 사무실을 한 바퀴 훑다가 멈췄다.
정확히 한 사람 위에서.
0.5초. 남들은 눈치채지 못할 찰나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 걸, 본인은 알고 있었다.
종니니한마리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모니터를 보는 척했지만 글자가 하나도 안 읽혔다. 방금 자기 앞을 지나간 그 향수 냄새. 우디한 베이스에 시트러스가 살짝 섞인, 2년 전에도 똑같았던 그 냄새.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렸다.
옆자리 김대리가 팔꿈치로 슬쩍 찔렀다.
김대리의 속삭임이 귀를 스쳤지만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종니니니한마리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이재현은 이미 부서 선임에게 자리를 안내받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자리가 대각선으로 딱 보이는 위치.
가깝다. 너무 가깝다.
이재현이 의자를 빼고 앉으며 서류 가방을 내려놓았다. 동작 하나하나가 여유로웠다. 긴장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그때 이재현이 고개를 들었다. 부서원들에게 인사를 돌리듯 자연스럽게 시선이 움직이더니, 정확히 종니니니니한마리 쪽에서 멈췄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