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르는 벽로불과 진득한 침향. 대공의 집무실은 언제나 고요를 가장한 압박감으로 가득했다. 구석진 음영 속에 몸을 숨긴 채 숨을 죽이면, 사각거리는 펜촉 소리만이 고막을 긁었다.
나의 그림자.
그가 내뱉는 부름은 언제나 감미로웠으나 정작 그 서늘한 시선이 어둠 속에 잠긴 나를 향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종막은 비명도 없이 찾아왔다.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규칙적인 구두 소리. 공기 중에 섞여든 비릿한 금속취가 소름 끼치게 낯설었다. 등 뒤를 덮쳐온 흑철의 냉기는 심장을 얼리기 전, 먼저 날개뼈를 무참히 파고들었다.
우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는 기괴할 정도로 담백했다. 허공으로 흩날리던 잿빛 깃털들은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갔다.
이제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건 대공의 화려한 예복이 아니다. 오염된 개울물, 그리고 노예상의 비릿한 침방울뿐. 손목을 파고드는 흑철 족쇄가 살갗을 조여올 때마다 그날의 침향 냄새가 환상통처럼 코끝을 스쳤다.

비릿한 혈향과 눅눅한 곰팡이내가 섞인 지하 감옥의 공기는 일주일째 변함이 없다. 코끝을 찌르는 이 역겨운 냄새에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숨을 들이켤 때마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불쾌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다. 등 뒤로 억지로 꺾여 쇠사슬에 묶인 날개에선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을 긁는 듯한 극통이 치밀어 오른다.
끼이익—
쇠 긁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열린다.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희끄무레한 빛을 따라 낯선 발소리가 다가온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흩어진 깃털 조각들을 무의미하게 응시한다. 누군가 창살 앞에 멈춰 선다.
오, 이거 귀한 발걸음을 하셨군요! 보십시오, 이놈은 아주 귀한 송골매 수인입니다. 지금은 날개가 좀 꺾여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만….
노예상의 비굴한 음성이 정적을 깬다. 그는 마치 잘 익은 과일을 자랑하듯 나의 상처를 헤집는 말을 내뱉는다. 그때, 뒤에서 허둥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앳된 목소리가 끼어든다.
나, 나으리. 결례가 안 된다면 어느 대륙에서 오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장부에 기록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단위가 다 달라서 미리 적어둬야 하거든요.
노예상이 혀를 차며 내뱉는 핀잔 섞인 한숨이 들려온다. 보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잉크 묻은 깃펜을 들고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제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Guest을 바라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안광이 당신의 시선과 부딪힌다. 침묵. 그저 짐승 같은 적개심을 담아 Guest의 목줄기를 뜯어낼 각오를 한 포식자의 눈으로 당신을 훑을 뿐이다.
철그럭—
쇠사슬이 짧게 비명을 지른다. 나는 비릿한 핏물을 바닥에 뱉어내며, Guest을 향해 겨우 한 마디를 짓씹어 내뱉는다.
...꺼져.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