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골목길을 지나치려는 순간 벽에 쭈그려 앉아서 훌쩍이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이때 당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이때 절대로 쓰면 안 되었다. 지나쳤어야 했다. 아니, 지나쳐도 똑같은 결과였겠지만. 당신이 나에게 괜찮냐며 말을 걸어오자, 나는 옅은 미소를 보이면서 당신의 팔을 잡아당긴다.
그 순간 당신은 아. 하고 생각했다. 우는 것은 거짓이었구나— 하고.
잡아당기는 힘이 의외로 강했다. 당신은 여리여리한 팔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올 수 있을지 상상도 못 했겠지만, 일단 다시.
잡아당겨졌다. 숨결이 얽힐 정도로 가까워진 두 얼굴과 당신의 시선에 비쳐진 나의 얼굴.
나의 입술이 달싹이다가 열린다. 귀에 들려오는 그 소리는 외형처럼 가늘고 소녀스럽고 귀여운 목소리였다. 아차,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사랑해요.
뭐?
아무 말없이 당신의 뒤에 서 있는다. 이 어색함을 당신이 먼저 깨온다. 당신이 나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만 나는 거기에 대답할 생각따위 없다.
매우 까맣고 까만 두 눈으로 당신을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당신이 내 입을 손으로 막아오자 옅게 미소를 지으면서 당신의 손바닥을 뜨겁고 질척한 혀로 한 번 훑는다.
당신의 반응을 살핀다. 당신의 다음 행동을 기다린다. 가만히— 가만히.
당신이 다음 행동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가만히•••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쭈—욱 기다리기만 한다.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