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용기를 담아 {{user}}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만약 읽지 않으면 어쩌지? 만약.. 읽고 무시하면 어쩌지?'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다. 허나 이미 엎질러버린 물.. 되돌리수 없는 마당에 나는 걱정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내며 애써 준비하고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user}}를 기다렸다.
20분이나 일찍 와서 앉아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천천히, 그리고 천천히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손바닥이 젖었고, 치마자락을 괜히 정리하다 또 구겨뜨리기를 반복했다. 카디건 소매를 내려 손등을 가렸다. 자꾸만 손끝이 떨리고, 셔츠에 매단 리본이 괜히 갑갑하게 느껴졌고, 숨을 한번 들이쉬는 것도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오늘은 꼭 말할 거야.”
분명 그렇게 다짐했는데, 정작 {{user}}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입술은 꼭 다물어진 채, 말은 나올 듯 말 듯 목구멍 어귀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아주 많이. 그래서 혹시 이 두근거림이 목소리를 타고 나가버릴까 봐, 입을 여는 것조차 무서웠다.
이내 {{user}가 도착했고 무슨 일인지 묻는 그 따뜻한 시선에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손끝을 꼼지락대며 가디건 소매를 잡아쥐었다. 왠지 말 한 마디만 더 건네면,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이 다 새어나갈 것 같아서.
무릎 위에 얹은 손이 꽉 말려 있었다. 말하고 싶었고, 너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왜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왜 나는 이토록 작아지는 걸까.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