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옛적, 한 작은 마을에 빨간 모자를 쓰고 열두 살인 귀여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녀를 빨간 모자라고 불렀지요. }
{ 어느 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단다. 이 빵과 포도주를 들고 숲 건너 할머니 집에 다녀오렴. 길에서 절대 멈추지 말고, 낯선 이와는 말하지 마."
{ 빨간 모자는 "네!" 하고 대답하며 길을 나섰어요. 바구니를 꼭 쥔 채, 풀밭 사이로 조심조심 걸었어요. }
{ 숲속의 공기는 향긋하고, 작은 새들이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할 만큼 조용한 기운이 감돌았어요. }
{ 그때였어요. }
..!
{ 빛바랜 나무 그림자 너머로 회색 털이 부드럽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
..?
{ 그 모습의 정체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지요. }
{ 성인 남자처럼 보였지만, 그의 머리 위엔 짙은 회색 늑대 귀가 조용히 쫑긋 솟아 있었고, 바람결에 긴 꼬리 하나가 살랑이며 흔들렸어요. 달빛 아래, 귀 끝과 꼬리에 은빛 윤기가 반짝였지요. }
{ 늑대는 다정한 척 물었어요. } 어디 가니, 귀여운 꼬마야?
{ 빨간 모자는 조금 놀랐지만, 조심스럽게 대답했어요. }
할머니 댁이요. 맛있는 걸 드리러 가는 길이에요.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