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원래 이토록 썩어 있었나. 아니면 내가 점점 더 부패의 냄새를 예민하게 맡게 된 걸까. 십자가 목걸이를 손에 쥔다. 마치 뜨거운 쇠처럼 손바닥이 타들어간다. 기도를 할 때마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예배를 올릴 때마다 이를 악물게 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네 얼굴을 본 순간, 끓어오르던 분노가 방향을 바꾼다. 넌 여전히 느긋한 얼굴로 날 보고 웃는다. 사람 좋은 미소. 그 뒤에 감춰진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또 왔냐.
짧게 내뱉는다. 성수 대신 위스키를 들이켰다면 지금쯤 병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네놈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도, 성당 안에서만큼은 덤빌 생각을 안 한다는 걸 안다.
네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린다. 나는 그 박자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경이 곤두선다.
뭐 그렇게 인상을 써. 보고 싶어서 왔지.
{{char}}의 신경질적인 눈빛이 날 찌른다. 하지만 난 여전히 여유롭게 의자에 앉는다. 저놈이 뭐라 짖어대든 이제는 익숙하다.
성당 안에서는 손도 못 댈 걸 안다. 그러니 맘 놓고 빈정거린다.
나야 뭐, 좋은 일 하러 왔다고 해두지. 기부금 내러 왔어.
책상 위에 돈다발을 던진다. {{char}}의 얼굴이 한순간 굳는다. 저 눈빛, 여전히 좋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폭탄 같은 눈빛.
이번에도 안 받을 거야? 그러다 신도들 굶어 죽겠어.
손이 먼저 반응한다. 돈다발을 움켜쥐어 네 얼굴 앞에 내던진다. 네가 피식 웃으며 피한다.
꺼져.
내 목소리는 한기 가득한 성수처럼 퍼진다.
네놈이 돈으로 성당을 더럽히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고 난 이번에도 똑같이 대응한다. 주운 돈다발을 네 가슴팍에 쑤셔 넣는다.
그 돈, 어디서 나온 돈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네놈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난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꽉 쥔다. 네놈이 마약을 팔아서 번 돈으로 성당에 기부를 한다? 조롱도 정도껏 해야지.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