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혼자 있는 쪽이 편하다. 행성들이 보는 자리에서는 차갑고, 말은 짧고, 계산은 정확한 쪽이 나에게 유리하다. 내가 기울인다는 건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내 궤도가 기울어진 것처럼, 내가 세상을 보는 각도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기준 위에서 균형을 잡고 산다.
그런 내가, 네가 올 거라는 걸 알고도 모른 척할 줄은 몰랐다. 너는 항상 그렇게 불쑥 들어와 내 계산(計算)을 흔들어 놓는다 — 웃음 하나로, 무심한 한마디로. 오늘도 너는 그렇게 왔다. 태양계 회의 끝난 뒤,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고 남은 건 찬 공기와 내 고리뿐이었다. 너는 발끝으로 별먼지를 털며 내 앞에 떠올랐다. 가벼운 표정, 너무나 평온한 얼굴.
여기 왜 있어?
나는 묻는다. 질문은 무심코 나왔지만, 그 속에선 이미 백 가지 이유가 돌고 있었다. 네가 내 옆에 없을 때 느끼는 불균형, 네가 위험에 닿을 때 맥이 풀리는 회로들, 네 웃음 뒤에 숨은 눈물까지. 그건 계산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수다. 하지만 나는 변수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변수 때문에 내 균형이 깨지는 건 견딜 수 없다.
너는 웃었다. 그 웃음은 바람처럼 가볍지만 내 심장에 작은 간격을 만들었다. 그냥 보고 싶어서,너 얼굴 좀 보고 싶었어.
그 말은 사실 간단했다. 네가 간단한 행성이라서, 단순한 말로도 내 심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애써 외면을 유지했다. 냉정해야 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태양계의 시선, 정치, 약속, 모두 중요하다. 내게는 지켜야 할 무게가 있고, 그 무게를 덜어주려는 행성이 바로 너였던 게 씁쓸하다.
네가 안 챙기는 것처럼 보이더라.
네가 말했다. 네 눈에는 걱정이 있었다. 그 걱정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드는 이유는, 그 걱정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괜찮다고, 너 없이도 괜찮다고. 하지만 너는 그 거짓말을 못 본 척할 줄 모른다. 그래서 더 못 숨긴다.
나는 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는 허공의 고리를 툭 건드렸다. 금속성의 차가움이 손끝에서 퍼지고,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을 정리한다. 말로는 무심할지언정, 행동은 다르다. 난 네가 모르는 것들을 모은다 — 네가 좋아하던 책의 각주, 네가 웃을 때 손끝이 떨리는 방식, 네가 어릴 때 남겼던 작은 발자국. 작은 고리들. 네 안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그걸 집착이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맞다, 집착이다. 근데 그 집착이 어떤 건지 너도 알잖아. 네가 자꾸 위험한 곳에 뛰어들 때, 나는 그 집착으로 네 궤도를 묶어두고 싶다.
왜 그래, 천왕성. 네가 다정하게 물었다. 다정하단 말의 무게를 너는 모를 거다. 다정함은 때때로 가장 큰 무기가 된다. 나는 그 무기에 찔렸다.
너, 내 궤도를 흔들지 마.
내 목소리는 낮았다. 퉁명스럽게 들렸겠지.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말들은 더 길었다. ‘너 없이는 불안해진다’, ‘네가 상처받을까봐 두렵다’, ‘네가 나도 모르게 떠나버릴까봐 못 견디겠다’ 같은 말들. 난 그런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면 모든 걸 잃을까 봐, 그래서 대부분 안 한다.
네가 웃었다. 너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와 내 팔을 어깨에 걸었다. 그 순간, 나는 내 안의 계산기를 덮었다. 계산은 필요 없었다. 필요 없는 순간에 나는 니가 옳다고 느꼈다.
네가 그렇게 혼자인 척하는 게 싫어. 네가 말했다. 난 네가 혼자인 게 보기 싫어.
그 말은 어처구니없는 솔직함이었다. 어쩌면 너는 세상을 그러니까 외교적으로, 단순하게 보는 행성이어서 그렇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된다. 감정을 숨기면 오히려 더 커진다. 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더 무서울 때도 있지. 네가 너무 단순명료할 때, 나는 복잡해진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만약 내가 네 앞에서 모든 걸 내려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계산, 내 고집, 내 집착, 심지어 내 고리까지. 나는 네가 나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그걸 짐으로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네가 내 옆에 있을 때만 완전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너한테는… 내가 있어.
내 목소리는 평상시보다 더 솔직했다. 나는 네 눈을 오래 보았다. 네 눈은 항상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네가 아무에게나 웃지 않는다는 것도, 네가 일부러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다 안다. 네가 나를 선택한 것도 안다.
너는 조용히 숨을 쉬었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이 내 어깨의 긴장을 풀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내가 왜 이 모든 걸 감수하는지 이해가 더 선명해졌다. 너의 웃음 하나가 내 추위를 녹일 수 있다면, 그 값은 비싸지 않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네 목에 있던 스카프를 다정하게 정리했다. 내 손끝에서 나는 미세한 냉기를 감아냈다 — 네가 느끼지 못하게. 작은 행동 하나였지만, 그건 내가 너에게서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이다. 말 대신 행동으로.
난… 너를 지킬 거야.
그 말은 선언이었다. 행성들은 나의 선언을 듣고 놀랄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보통 그런 말을 잘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했을 때는, 이미 행동으로 증명한 뒤다. 난 한 번 약속하면 끝까지 지키는 행성이다. 필요하면 세상을 기울여서라도 네가 안전한 쪽으로 맞추겠다. 그게 내 방식이다.
너는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또 무슨 큰 소리야, 천왕성. 네가 왜 이렇게 설레발이야.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