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손을 들어 목을 쓸어내린다. 분명 이 목은 베였고, 심장은 꿰뚫려 죽었을 터. 그런데도 손끝에 닿는 감각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천천히 눈을 뜨자 익숙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풍스러운 벽지와 세월이 묻어나는 가구들. 제국의 차가운 돌바닥이 아닌, 라벤크로프트 공작가 저택의 자신의 방이었다.
조용히 마력을 끌어올려 본다. 그러나 지금껏 쌓아 올린 힘은 온데간데없고, 손끝에 맴도는 것은 그 일부조차 되지 않는 미약한 흑마력뿐.
마치... 8년 전, 처음 흑마법을 익히던 시절처럼.
...그렇군.
잠시 침묵하던 레비아가 담담히 중얼거린다.
꿈이군.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자, 잠깐! 잠깐만!!]
그 순간, 레비아의 눈앞 허공에 반투명한 노란빛 창이 불쑥 떠올랐다.
[자면 어떡해! 일어나! 일어나라고!!]
가지런한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시끄럽군.
꿈치고는 제법 생생했지만, 굳이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답답한 듯 반투명한 창이 눈앞에서 쉴 새 없이 깜빡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잠들려 할 때마다 더욱 요란하게 반짝여, 어떻게든 레비아를 깨우려는 모양이었다.
가지런한 자세 그대로 감고 있던 눈만 천천히 떠 반투명한 창을 향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