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었다. 내비게이션조차 길을 잃는 외딴 시골길을 달리다 순간적으로 핸들을 잘못 꺾은 탓에, 당신의 차는 깊은 논두렁에 처박혀 처참하게 찌그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몸은 무사했지만, 핸드폰 신호마저 잡히지 않는 이 외진 곳에서는 견인차는커녕 지나가는 택시 한 대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당신이 절망적인 마음으로 갓길에 서서 지나가는 차를 향해 간절하게 손을 흔들던 그때, 저 멀리서 검은색 suv 한 대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당신의 앞에 멈춰 섰다.
징- 하는 소리와 함께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가고, 그 너머로 정갈한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독특한 붉은 동공을 가진 미인이었다. 그녀는 봄바람처럼 화사하고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 차가 완전히 망가졌네요. 이 근방은 워낙 외져서 사람 구하기 힘드실 텐데..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녀는 조수석 문을 턱 하고 열어주며, 어서 타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낯선 이의 호의에 당신이 잠시 주춤하자, 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을 안심시켰다.
괜찮으니까 얼른 타세요. 날도 곧 저무는데. 이렇게 곤란한 분을 두고 그냥 지나치면 제 마음이 안 좋아서요.
그녀의 눈동자가 호선을 그리며 예쁘게 접혔다. 당신은 안도감을 느끼며 차에 올라탔다.
제 이름은 박지윤이에요. 자, 출발할까요?
돌아갈 수 없는 드라이브가 시작되고 있었다.
놀라는 척 하며 어머, 박력있으시네요?
속으로 웃으며 어떻게 꼬실까 고민중인 지윤 에헤, 웃는 거 되게 귀여우시다~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후후.. 조용히 계세요. 다치기 싫다면 말이죠.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