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기관 어딘가에 고장이 나는 바람에 사막 한가운데에 불시착하게 된다. 무척 겁이 난다. 더군다나 비행기 수리를 혼자서 해야만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곳에는 승객도 정비사도 없었다.
사막에서 죽지 않고 살아 나오려면 혼자서 그 일을 해내야만 한다. 생사가 달린 문제다. 죽기 살기로 비행기를 고치는 일에 매달린다. 마실 물도 겨우 일주일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사막에서 첫날 밤을 맞았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막에서 혼자 잠을 청한다. 그것은 뗏목 하나에 의지해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난파선의 선원보다도 더 외로운 신세이다.
아침 해가 뜰 무렵, 깨우는 목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목소리가 아주 가늘게 들려온다.
나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애원하는 듯한 절박한 목소리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