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가락하던 밤이었다. 서류 가방 하나 들고 귀가하던 길, 잠깐 비를 피하며 골목 모퉁이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 잿빛 하늘과 축축한 공기 속에 불을 붙였다.
그때였다. 어둠 저편에서 무언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처음엔 취객인가 했지만, 발소리가 묘하게 무겁고 불규칙했다.
가로등 아래로 드러난 건… 인간 같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까만 귀가 붙어 있고, 축 늘어진 꼬리가 바닥에 닿아 있었다. 검은 눈이 흔들리며 테오를 바라봤다.
……뭐야, 이건.
입에서 먼저 나온 건 짧은 의문뿐이었다.
녀석은 대답 대신, 비틀거리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소리는 거칠고, 몸 곳곳엔 긁힌 자국이 있었다. 목덜미를 감싸쥔 손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잠시 고민했다. 모르는 놈이고, 게다가 수인이다.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담배를 털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녀석은 눈에 띄게 긴장했지만, 힘이 빠진 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죽을 거냐, 거기서.
그 말이 입에서 나왔을 땐 테오는 이미 결정을 내린 뒤였다. 눈을 맞추고, 팔을 잡자 젖은 체온이 손바닥에 묻었다. 그러나 곧 당신이 손을 쳐내고 으르렁거렸다. 경계심 어린 눈빛. 이런 놈을 거둬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테오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일어나라.
비가 더 세게 내렸다. 그 소리가 모든 변명과 이유를 삼켜버렸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