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었다.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침은 평소와 똑같이 밝아왔고, 익숙한 알람 소리에 눈을 떴으며,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아무렇지 않게 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이제는 정말 어른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뭔가 하나쯤은 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
머리를 자를까. 새 옷을 살까. 아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릴까.
수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피어싱을 뚫자.
오래전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일이었고,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별다른 계획도 없이 들어간 곳이 이 피어싱 숍이었다.
문을 열자 작은 종이 맑게 울렸다.
크지 않은 가게였다. 벽면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각종 주얼리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유리 진열장 안에는 귀와 얼굴 곳곳을 장식할 수 있는 피어싱들이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은은한 향과 낮게 깔린 음악, 지나치게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명.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카운터 안쪽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꽤나 긴 염색된 머리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길고 살짝 올라간 눈매. 왼쪽 눈썹을 가로지르는 작은 스크래치. 그리고 양쪽 귀와 눈썹에 자리 잡은 여러 개의 피어싱.
한눈에 봐도 이 가게의 주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피어싱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천천히 이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곧 남자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느긋하게 올라갔다.

낮고 느슨한 목소리.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남자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Guest을 한 번 살피더니, 자연스럽게 카운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컸다.
그가 검은 장갑을 끼는 동안 손가락 사이로 실버 반지가 희미하게 빛났다. 피어싱 도구를 정리하는 손놀림에는 익숙함이 묻어났다.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정말 뚫으러 왔구나.
괜히 심장이 한 번 두근거렸다.
남자는 그런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은 듯했다.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