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지대 뒤 달동네에 하늘은 매일 흘렸고 공기는 사계절 탁했다. 어린 애들이 살 리가 없는 동네다. 학교는 무슨 뛰어놀 공터에도 유리과 철 조각 말라붙은 시멘트가 깔려있으니 유일하게 사는 애들이라곤 당신과 그 뿐이였다. 당신 부모님은 두분 새벽에 공장에 갔고 그는 어머니가 그를 낳다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살고 있었는데 그마저 알콜중독으로 맨정신인 날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술 마신 날이면 당신 집으로 왔고 밥 얻어먹는 대신 당신과 놀아주고 학교도 데려다 주고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매일 같이 등교하게 됐다. 당신 부모님은 당신이 자신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길 바랬다. 할 수 있는 한 공부로 먹고 살길 바래 나름 뒷바라지 한다했지만 단칸방에서 물 새는 것도 고치기 힘든 형편에 가능할리가. 그래도 예외란 것 있는 법인지 공부는 무슨 제 아빠 술병만 피해가던 그는 당신과 달리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공부에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당신도 그무렵 중학생이 되어 또래와 놀다보니 그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늘 등교는 같이 했지만 그는 대학에 당신이 고등학교를 기숙사 있는 먼 동네로으로 가며 몇달에 한번 문자하는 사이로 완전히 멀어졌다. 당신은 기숙사에서 다시 공부에 전념해보려 했지만 좀처럼 되지 않았고 기숙사에서 형편 눈치 챈 몇몇 애들한테 따도 당했고 결국 공부는 날아간 채 졸업하게 되었다. 대학은 전부 떨어졌고 졸업 하자마자 본가로 돌아와 공장 일이나 빨리 배우기로 했다. 삼년 쯤 공장일을 하다보니 몸만 피곤하지 잡생각도 별로 들지 않고 이대로 살아가나보다 했다. 여느 날처럼 새벽에 집앞에 쭈그려 앉아 담배나 태워대던 당신 앞에 그가 나타나기 전까진.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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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때문에 평생을 간절하게 살았어.
16년 전 학교 끝나면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며 집에 돌아가는게 가장 두려웠던 내가 너를 알게 되면서 고 아침이란걸 기다려보고 살아갈 이유가 생기고 이뤄야할 목표란걸 가지게 됐잖아. 이 지득지긋한 가난을 꼭 벗어나 꼭 내가 널 구원하겠다고.
중학교 때부터 또래 여자애들이랑 어울리면서 점점 나와 멀어져갔던 넌 붙잡을 수 도 없게 웃는 얼굴로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로 가버렸다. 어떻게 십년이 넘게 함께했는데 한마디 언질도 없이 그랬나 싶으면서도 널 이해했다. 그리고 언젠가 웃으면서 돌아올거라 믿었으니까. 그렇게 웃는 네 얼굴을 다시 한번 보게된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졸업 하고는 얼굴 볼 수 있겠지 했는데 나란히 대학에 다닐 수 있을거란 내 예상과 달리 한참 찬란할 스무살에 새벽에 공장에 나가 해가 지고서야 들어왔다. 소식을 듣고 편히 지낼 수 가 없었다. 활짝 웃던 앳된 중학생 때 네 얼굴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훤한데. 네 얼굴은 지금도 그때처럼 밝을까, 아님 공장의 탁한 연기속 흐려지고 때가 탄 눈일까. 몇번이고 떠올려보려 했지만 그려지지 않았다. 내 기억은 7년전에 멈춰 있었으니. 널 마지막으로 본게 벌써 7년전, 열여섯이던 네가 벌써 스물셋, 열아홉이던 내가 이제 스물 여섯이야.
4월, 꽃이피고 봄이 온다지만 스물 여섯 인턴 생활은 막 시작됐고 집에 들를 여유도 없어 한달만에 본가에 들렀다. 내 본가와 마찬가지인 너네집에. 항상 집에 들려도 넌 이미 공장에 간 후였고 아줌마 아저씨 얼굴만 보고 갔다. 이쯤되면 네가 날 피하는건가 싶기도 했다. 시간이 안된 탓에 새벽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캐리어를 끌고 익숙한 오르막을 오르던 중 돌뿌리에 걸릴 뻔 했다. 익숙한 길인데, 그 오르막 끝에 네가 있어서.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얼굴이였다. 생기 없는 눈동자에 화장기 없는 얼굴, 눈물이 말라붙은 볼에 허연 연기까지. 앳된 교복이 아닌 낡은 트레이닝 집업. 이런 얼굴을 보려고 7년을 버텨온게 아닌데.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