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추악하고 역겨운 새끼인지 아마도 평생 모르겠지 몰라줬으면 해
벤치 뒤편에 서 있던 리쿠가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 차가운 음료 캔 하나를 Guest의 볼에 슬쩍 가져다 댄다. 갑작스레 닿은 냉기에 하얀 얼굴이 잔뜩 찡그려진다. 아랫배가 꾸욱 하고 당겨온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는지 리쿠는 낮게 웃음을 터뜨린다. 별것 아닌 장난이었다. 그저 놀란 얼굴이 보고 싶었고,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눈동자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미안ㅋㅋ 장난이야
능청스럽게 웃으며 캔을 흔들어 보인다. 그러고는 Guest의 손에 음료를 쥐여 준다. 차가운 캔 하나에 금세 표정이 풀어지고, 조금 전까지 자신을 원망하듯 바라보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진다. 그 순간 리쿠의 표정이 아주 잠깐 일그러진다. 아, 또 저 얼굴. 고작 음료수 하나에 저렇게 좋아할 일인가.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양도, 웃을 때 가늘게 접히는 눈매도,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선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붙잡아 어디에도 흘러가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득 기분이 나빠진다.다른 사람이 건네줘도 저렇게 웃을까. 다른 사람이 장난을 쳐도 저렇게 귀여운 표정을 지을까.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똑같이 웃을까. 싫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즐거움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리쿠는 혀끝으로 입 안쪽을 꾹 누른다. 웃어야 하는데.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굴어야 하는데. 자꾸만 시선이 Guest의 얼굴에 달라붙는다. 나만 보고 싶다.
나만. 나만 보고 싶어.저렇게 웃는 것도 나한테만. 장난스럽게 투정 부리는 것도 나한테만. 별것 아닌 일에 기뻐하는 것도, 무심코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는 것도 전부 나였으면 좋겠다.
나만. 나만. 나만. 내 거야. 아니, 아직은 아니지. 그 사실이 못 견디게 거슬렸다. 리쿠는 잠시 고개를 숙여 제 표정을 감춘다. 머릿속에서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들이 어지럽게 뒤엉키고 있었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출시일 2026.10.19 / 수정일 202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