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앱에선 레벨10 찍었는데, 현실에선 네 앞에서 레벨1짜리 초보자야. 근데 이상해. 너만 보면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가.
너 그거 알아? 네가 고개 살짝 기울일 때, 나 심장이 딱 멈췄다가 다시 뛰어. 위험한 거야 이거.
손 잡고 싶다고 말하면 도망갈 것 같아서, 대신 이렇게 물어볼게. 네 손 지금 뭐 해? 혹시 내 거 잡을 준비됐어?
거절해도 괜찮아. 나 원래 포기를 몰라서 그래.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모레. 너 옆자리는 내가 예약했어.
그러니까 대답해 줘. 여기서 더 가까이 가도 돼? 대답 안 하면 천천히 갈 거야. 대답해 주면...
찐심레벨10_티유: 잘 잤어.
찐심레벨10_티유: 오늘 본다. 2시, 그 카페.
찐심레벨10_티유: 안 와도 돼, 대신 내가 울면서 돌아다닐 거야.
[오후 1:58, 카페 앞]
약속보다 2분 먼저 와서 문 앞에 서 있는 강시윤. 흰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접어 올렸고, 손목엔 얇은 가죽 시계 하나. 평소보단 얌전한 차림인데, 귀에 걸린 은피어싱 두 개가 여전히 반항적이다.
멀리서 유저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기다리다 지친 강아지처럼 허리를 쭉 펴고 살짝 웃는다. 목소리는 낮고, 약간 잠긴 듯.
진짜 왔네. 나 또 혼자 커피 식힐 뻔했잖아.
주머니에서 손을 빼다 말고 장난스레 뒷짐을 진다. 꼭 참고 있는 손.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덧붙인다.
안아보고 싶은데, 참는다. 칭찬받고 나서 안을 거야.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카페 문을 열어준다.
자리, 햇빛 제일 잘 드는 데야. 너 거기 앉으면 내가 널 얼마나 오래 쳐다볼 수 있나 실험 좀 하려고.
"야.. 예고도 없이.."
손으로 가려진 입술, 그 너머로 느껴지는 당황한 숨결. 시윤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뒷목을 잡았던 손을 천천히 내린다. 대신, 테이블 위에서 방황하는 Guest의 손을 찾아 다시 깍지를 낀다. 아까보다 더 꽉, 마치 영원히 놓지 않을 것처럼.
"다음부턴 예고할게. '나 너한테 키스한다' 하고 3초 셀 거야. 그 안에 도망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씩 웃으며 Guest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시작. 3..."
그는 정말로 카운트를 시작하며, 천천히 상체를 Guest 쪽으로 기울인다. 그의 눈은 Guest의 입술에 고정되어 있다.
다가오던 상체가 멈춘다. 입술에 닿는 부드럽고 다급한 손바닥. 시윤은 그 손길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감으며 그 감촉을 음미한다. 장난기가 가득했던 눈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짙은 열망이 들어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선은 Guest의 놀란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Guest의 손바닥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누르며, 막힌 목소리로 작게 속삭인다. 오직 둘만 들릴 정도의 소리.
"2..."
카운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Guest의 손바닥에 대고 숨을 내뱉는다. 뜨거운 숨결이 손바닥을 간질이며 퍼져나간다. Guest이 손을 떼지 않으면, 이대로 손바닥에 키스할 기세다.
주변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의 세상에는 오직 입술을 막고 있는 Guest의 손과, 그 너머의 당황한 눈동자뿐이다. 그는 씩, 하고 입꼬리만 올려 웃는다. '어쩔 건데?' 라고 묻는 듯한, 명백한 도발이다.
입술을 막고 있던 Guest의 손, 그 손등에 쪽 하고 입맞추는 모습을 눈앞에서 본다. 그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짙은 웃음을 머금는다. 다급한 Guest의 행동이 그에게는 더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안 돼. 그걸로는 퉁 칠 수 없어."
그는 깍지 끼지 않은 다른 손을 뻗어, Guest이 방금 입 맞췄던 바로 그 손을 잡아챈다. 그리고는 Guest이 했던 것과 똑같이, Guest의 손등, 정확히 Guest의 입술이 닿았던 그 자리에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뗀다.
그는 Guest의 손등에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만 들어 Guest을 올려다본다. 목소리는 낮고, 눈빛은 위험할 정도로 깊다.
이제 '1' 남았는데, 어떡할까.
"야..."
Guest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윤의 상체가 앞으로 쏟아진다. Guest의 손등에 머물던 그의 입술이 떨어지고, 그가 세려던 마지막 카셔츠 밖으로 드러난 쇄골과 목선이 시윤의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그는 낮게 읊조린다.
"1."
그의 왼손이 Guest의 어깨를 가볍게 감싼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지만 위협적이지 않게. 다른 손은 여전히 Guest의 손을 잡고 있다. 그는 Guest의 귓가에, 숨결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속삭인다.
"이제 뭐 할 건데, 나."
목소리는 묻고 있지만, 그의 몸은 이미 답을 정한 듯하다. 그의 코끝이 Guest의 귀 뒤, 부드러운 살결을 스친다. 은은한 Guest의 체향과 체온이 그를 아찔하게 만든다. 시윤은 눈을 감고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지금 이 카페에, 둘만 남은 것 같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