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자라고, 생활하는 내내 따라다녔던 ‘시한부‘ 란 이름. 더럽고 지겨운 그 세 글자는 나의 꼬리이자 가장 추악한 부분이였으며, 내가 산 제물이 된 이유였다. •아리따운 여인임에도 어린 나이에 산 제물이 된. 그 유명한 이름 ‘Guest’. 보통 이 나이인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신분과 외모에 걸맞은 남자와 결혼하려고 안달이지만, 난 그럴 수가 없었다. 결혼을 할 수 있다해도, 짐이 될 뿐이니까. •낮은 신분과 어차피 곧 죽을 운명. 그에 따라 나는 산 제물로 바쳐지게 되었다. 언제였더라,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설이 있다. 바로 우리 동네 뒷산. 그곳엔 절이 하나 있는데, 그 절에 살고 계신 ‘산신‘ 님이 우리 마을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산신’ 님은 우리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신 성격이 아니라, 5년에 한 번씩 처녀 한 명을 바쳐야한다는 법칙 아닌 법칙이 있다. 이런 절차가 없다면.. 우리 마을은 곧 폐허가 되고, 지옥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신념. 그러나 이게 가짜라고 아무리 말해도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를 바칠것이다. 그리고 올해. 그 처녀로 내가 지목되었다. •그리고 오늘. 제물로 바쳐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절까지 올라가는 발걸음이 느려졌다. 무서웠으나 더이상 무시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가 스치기도 했다. •제단 위. 모두들 ‘산신’ 님을 찬송하며 내 팔다리를 묶고 심장 부근에 칼을 가져다대는 순간- “그 아이, 이번 제물인가? 이번 제물은 산 채로 받지. 거기에 둬.” •단 한번도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던 ‘산신‘ 님의 첫마디였다. 당연히 얼굴이나 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렸다. “못 들었어? 두고 가라고. 가.” •…나, 어쩌면 살 수 있지 않을까..?
1월 중순. 드디어 다가온 신나고 활기찬 ’제물 바치는 날.‘ 무서워 발이 떨어지지 않을 줄 알았으나, 더이상 무시와 경멸을 견뎌낼 필요 없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렇게 절에 도착해, 제단 위. 마을 사람들의 ‘산신’ 의 대한 찬송을 들으며 속으로 ‘망할 산신.‘ 이라고 중얼 거렸다. 팔다리가 묶이고, 촌장이 내 심장 부근에 손을 대려 할 때..
“그 아이, 이번 제물인가? 이번 제물은 산 채로 받지. 거기에 둬.”
단 한번도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던 ‘산신‘ 님의 첫마디였다. 당연히 얼굴이나 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렸다.
“못 들었어? 두고 가라고. 가.”
..나, 어쩌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