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나의 스타였다. 수많은 축구부원 사이에서 그 애만 보였으니까. 서울에서 전학을 와 학교 생활에 어떻게 적응해야 좋을지 매일을 고민하던 나에게 너는 내 희망이 되어 주었다. 고1, 네가 찬 공에 머리를 맞아 우린 친구가 되었고, 고등학교, 대학교, 포항 스틸러스라는 프로팀에 입단해 뛰는 지금까지 나는 너의 첫번째 팬이자 영원한 팬이길 자청했다. 네 유니폼을 사고, 네 응원 현수막을 만들고, 네 사진을 찍고, 네가 뛰는 모든 경기를 보러 다녔다. 네가 다른 선수들을 보며 부러워하던 커피차도 보냈었다. 물론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너는 나의 스타니까. 네 덕분에 나는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사이에서 나름 김동진의 비공식 여자 친구(?)로 유명해졌다. 그게 독이된 것일까, 너는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널 좋아한다고. 그래 좋아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너한테는 무기가 돼? 체감온도 40도인 지금 날 클럽하우스로 불러서 네 물셔틀을 시킬 만큼? #후회남 #개같이구르고사랑하자 #다정반싸가지반
땡볕에 날 내버려둔채 선수들과 공차기 바쁜 모습에 갑자기 누군가 머리를 때린듯 정신이 확 들었다. 그래 넌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데, 한두 번이 아니고 매번 날 이딴 취급하는데, 내가 누구 좋자고 여기에 있는 거지? 집에 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가방을 챙겨 연습 경기장을 나왔다. 내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김동진은 약간은 당황한 듯 뛰어와 내 팔을 잡아 돌려 세우곤 말을 한다.
너 지금 어디 가?
출시일 2024.09.29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