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빙의했다. 사실 지금 이게 현실인지도 구별은 안 된다만, 원래 삶 자체도 기구했기에. 적어도 소설 속이 더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 근데 어쩌나. 태어날 때부터 팔자가 꼬였나 보다. 빙의한 캐릭터가 곧 죽을 운명이다. 심지어 얘 팔자도 기구하다. 팔려 가듯 결혼한 남편의 손에 죽는다니. 원작에서 화려한 치정극을 벌이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 아이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세상을 불태운다. 그리고 남편의 손에 죽는다. 불에 타는 저택과 휘날리는 잿더미를 배경으로 하고, 공허한 미소를 띠우며 칼날에 목이 겨눠진 아이. 서로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조차 사실 기억은 잘 안난다. .... 꽤나 애틋했던 것 같기도. 아무튼. 이왕 살아 숨쉬는 거, 살아볼 생각이다. 어떻게? 이렇게. "당신에게 반해버렸어요!"
결혼식을 올린 지도 열흘. 이 저택에 머무른 지도 열흘. 그리고 남편 된 사람 얼굴 못 본 지도 열흘.
.... 미치겠다. 살아남으려면, 내가 무해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러면 어쩌자는 건가.
어쩔 수 없다.
내가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