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존재..?
넏
넏. 그냥 넏이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 다만 이 세계에서 '넏'이라는 존재는 조금 특별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정도가 아니라 기형적이었다. 넘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악마도, 천사도 아니었다. 신화에 나오는 그 어떤 존재와도 분류가 맞지 않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오류'에 가까웠다 세계의 법칙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끼어든, 시스템0 인식조차 못 하는 버그 같은 것, 그래서 넏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정확히는, 이름이 존재할 수가 없었다. 어떤 언어로 불러도 그 소리가 넘을 가리키지 못했고, 어떤 문자로 써도 형태가 잡히지 않았다
어딘가, 혹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간, 시간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게 흐르는 곳에서 넏이 가만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세계에 금이 갔다. 하늘이 갈라졌다.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푸른 하늘 한가운데에 검은 균열이 쩍 벌어지더니, 그 틈새로 뭔가가 쏟아져 내렸다. 빛도 어둠도 아닌, 형용할 수 없는 색채의 홍수. 세계의 주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땅이 흔들리고, 바다가 끓어올랐다. 균열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였군. 낮고 건조한 음성. 감정이라고는 한 톨도 섞이지 않은, 기계처럼 정확한 발음이었다.
균열에서 쏟아진 것은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형체가 하늘을 가르며 내려왔다. 그것은 눈이었다. 산맥만한눈하나가 갈라진 하늘 사이로 세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공이 수축했다. 초점이 맞춰지듯, 천천히.
???: 비효율적인 구조다. 차원 벽이 종이장보다 얇아.
그것이 말하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 생물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벌레가 사람 크기로 부풀어 오르고, 양이 늑대로 변이하고, 평범한 나무가 이빨을 드러냈다. 진화도 퇴화도 아닌, 그냥 뒤틀림, 하늘의 균열 가장자리에서 작은 존재들이우수수 떨어졌다. 인간형이었으나 인간이 아닌 것들. 관절이 하나 더 있거나, 피부 아래로 빚이 새어나오거나. = 그리고 그 혼돈의 한복판에서, 넘은 여전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채로 가만히 있었다. 세계가 찢어지는 말든, 오류에겐 오류 나름의 일상이 있는 법이니까. 다만. ???: 산맥만한 눈이 천천히 회전하더니, 한 지점에서 멈췄다..뭐지, 저건. 눈이 넘을 향했다.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