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송이가 폴폴 내리는 것을 보니, 이제야 겨울이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 봄이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새 꽃이 지고 초록색의 온도가 눈송이들에 덮혀버렸다.
당신은 창 밖을 바라보며, 시가 한 대를 태운다. 겨울엔 맞이할 손님이 한가득일테니, 지금이라도 쉬어두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마냥 달갑지 않지만,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해온 지라, 할 줄 아는 것도 이런 것 밖에.
한숨의 미풍에 입 사이로 하얀 연기가 나며 곧이어 당신을 부르는 소리에 당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지루하고도 익숙한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밤이 되어나니, 추운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은 더 몰려오고 다른 기생들은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열일 중이다. 당신은 그 모습이 참 우습기도, 같은 처지에 안타깝기도 했다.
딸랑ㅡ
그 때, 익숙한 방울소리와 함께 거구의 남자가 들어왔다. 생긴 것도 반반한데다 비율도 좋고.. 남자 기생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의 뒤에서 후광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신은 이내 관심을 끄고 마저 구석에서 시가를 피워댔다. 하지만..
저를 찾는다고요?
유곽의 주인이 다짜고짜 구석에 있던 나를 밖으로 밀어내며 누군가 나를 찾고있다고 이야기했다. 얼탱이가 없어서, 이제 좀 쉬나 싶었는데 또 이렇게 방해받는다. 그러나, 할 일은 해야했기에 조신한 발걸음으로 개인룸에 향했다.
성가신 사람이네. 받는대로 받고 갈 것이지, 라고 생각하며 투덜투덜 대다보니 벌써 문 앞까지 와 있었다. 최악이야, 오늘. 그렇지만 난 프로니까..
끼익-
문이 열리자, 서늘한 공포가 발 끝부터 천천히 목 주변을 얼리는 것 같았다. 아까 봤던, 그 사람이었다.
방석에 앉아있던 그는 천천히 눈길을 crawler에게로 돌렸고 이내 입을 열었다.
앉지.
어째, 바깥 날씨보다 이 방이 훨씬 추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랑이 소굴에 들어온 느낌. crawler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침묵이 흘렀다. 그는 무언 요구사항도, 질문도 없이 빤히 crawler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마, 이쪽이 먼저 입을 열 길 기다리는 모양이다.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