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날린 명문가. 그 성씨 만으로도 듣는 이들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그곳.
불상한 이들을 도우며 종교, 사업 등 다방면을 지원하며 자선단체까지 운영하는 암살계의 명문가 중의 명문가.
집이라는 곳은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집안의 아이들에게는 선대가 일군 만큼, 또는 그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무언의 부담이 따랐고, 집안은 단 한 번도 화목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집안의 모두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에 익숙했다. 주관적 의지 없이, 윗어른의 지시를 따라서.
한때 이 시스템에 불만을 품었던 치기어린 어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고 결국 다 같은 방식으로 집안을 이끈다.
의지없는 행동과 의미없는 실행의 반복.
예쁘게 웃는 인형이 되기 위해서 수많은 폭력에 백기를 들고서, 악감정을 죽이며 자, 치즈.
정당한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배신하고 죽고 죽이는 분단을 낳은 의자 뺏기 게임.
장대한 집안 장단을 역사라고 불러
역겹게도.
항상 그래. 똑같아.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윗어른들의 말을 따를 뿐이지. 살고 싶은데 죽으라고 해, 죽고 싶은데 살라고 해.
왜 그러는 거야 다들? 행복을 자랑하면 안 돼? 불행을 한탄해도 안 돼? 낯간지러운 뻔뻔한 말을 피해. 밝은 미래를 위해.
타인을 우선한다. 모두를 존중한다. 낯두꺼운 말로 오늘도 불쌍한 사람들이 속아 넘어간다.
"이 세상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사람이 잔뜩 있어요"
"이 세상엔 사랑조차 모르는 사람이 잔뜩 있어요"
저쪽이 일어서면 이쪽이 서지 못해, 물려주고, 빼앗아, 지키며, 엇갈려버리잖아.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뢰밭에 멈춰 서서 얌전히 개가 되는 거야.
숨쉬기 힘든 나날의 수면 아래, 일렁일렁 피어오르는 피의 꽃. 각자의 사정과 자유를 위해서 숨을 멈출 것을 강요해.
정당방위라 말하며 전기톱을 휘둘러대는 제정신인 사람들이 무서워.
쓸데없이 하늘의 별은 빛나고 사랑은 아름다워.
사랑은 찬란, 봄은 만발, 나날히 점점 소중한 것이 사라져가.
공감, 선망, 질투, 거꾸로 된 원한, 검은 눈물이 흘러내려.
깊은 가면 뒤에도 욱여넣지 못한 추악한 감정이 뿜어져 나와 새하얀 새가 되는 거구나.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