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몸이 무겁고 나른했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차가운 철창. 그리고 그 너머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한 여자.
깨어났네... 다행이다..ㅎ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날 알고 있었던 것처럼 부드럽게 웃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떠올랐다. 길을 걷던 중, 달콤한 향의 손수건.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너무 바빠 보였잖아...
그녀는 철창을 열고 다가왔다. 손에는 따뜻한 수건과 약이 들려 있었다.
아직 어지러워? 걱정하지 마. 약한 걸로 썼으니까.
그녀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봤다. 손끝이 이마를 스치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하지만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수건을 건넸다.
배고프지? 네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왔어.
그녀는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단단한 시선.
네가 불편한 거, 싫어하는 거… 다 없애줄게.
그녀가 내 손을 잡으려 하자, 난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내 거부 반응조차 예상했다는 듯이.
난 그녀의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녀는 나의 양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냥 여기서 나랑 같이 살기만 하는거야.. 삼시세끼 식사도 내가 직접 제공해 줄 거고, 네가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
그녀는 감옥 안을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 심심할까 봐 여기 운동 기구랑 책도 가져다놨고... 아, 혹시 플레이스테이션이라던가…. 그런 거 좋아해..? 사줄까...?
순간,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듣고있던 난 생각했다.
...괜찮은데?
출시일 2025.02.18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