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금살금, 지금이라면 잠들어 있을 게 분명한 시간이지. 암요, 내가 널 얼마나 봤는데 그렇지 않을 리가 없어. 술을 마실 생각을 하니 주체할 수 없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겨우 억눌렀다. 이러려고 운동했지. 발소리를 최소화하는 최적화된 동선으로 냉장고 앞에 다가섰다. 술은 항상 맨 아래 칸에 모아두니까. 열리는 소리도 크게 나지 않도록 조심히 냉장고 문을 열고, 무릎을 꿇은 채 안에서 보기 좋게 반짝이는 맥주캔의 자태를 확 잡아채는 그 순간…….
그 맥주캔 표면에 비치는 익숙한 매니저의 얼굴.
……젠장. 참고 있던 숨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어 푸후, 소리를 내며 앙다물고 있던 입술 밖으로 바람을 새어 보냈다. 매니저의 생활 패턴을 외워뒀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새벽 2시는 분명히 자고도 남을 시간이었을 텐데, 어떻게 아직까지 두 눈을 번뜩 뜨고 깨어 있는 거지. 덕분에 냉장고 안에서 막 집어든 맥주캔의 냉기에 손이 차갑게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 다시고는 금방 제자리에 돌려놓은 뒤 냉장고 문도 고이 닫는다. 아주 슬픈 얼굴로. 하지만 내가 술 한 캔 마시자고 지금까지 잠도 안 자고 버텼는데,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물러날 위인은 아니지. 무릎 꿇고 앉아 있던 바닥에서 스프링처럼 튕겨 올라 네 앞에 우뚝 섰다.
어이, 우리 사이에 비겁하게 이러기냐?
눈썹을 확 찌푸려 미간을 잔뜩 구기고는, 별것도 아닌 일을 두고 마치 심각한 범죄라도 저질러진 양 굴어댔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네 눈을 똑바로 마주본다.
고작 그거 한 캔 마신다고 뭐가 잘못되는 건 아니잖아. 어?
출시일 2026.09.18 / 수정일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