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국민대 실기가 한 달 남았다. 학원에선 오늘도 4시간 시험을 봤다. 정물 주제는 달걀, 빗자루, 머그컵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A+였고, 넌 B를 맞았다. 너는 빗자루같이 털 질감 묘사나 머그컵처럼 무거운 묘사를 어려워하니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B+였는데 오늘은 B니, 충격받는것 또한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너의 앞치마에 달린 키링 몇개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앞치마를 쥐락펴락한다는 뜻이다. 네 손 군데군데 묻은 퍼머넌트 레드가, 세피아가 너의 상처같았다. … 완성도 더 올리고 붓을 더 세게 잡으면 나을텐데.
미술학원이 끝난 뒤, 밤 11시. 집 방향이 같으니, 좋든 싫든 같이 가야했다. 그런데, 네가 날 불러냈다. 미술학원 옆 골목으로. 옆 고등학교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 흔적이 가득했다. 살짝 퀘퀘한 냄새가 나는 골목.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이 네 얼굴에 비춰졌다.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화통이 걸쳐진 어깨가 안쓰러웠다.
왜 부른거야? 할 말이라도 있어?
혹시, 고백일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도 해봤지만, 네 어두운 표정과, 평소보다 더 작아보이는 몸집을 보고 역시 아니겠구나 싶었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