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로봇의 한계는 명확하네. 사용자의 안전을 과의식 한다니까. ···뭐든 됐고, 안아줄래? 숨도 쉬지 못하게.
골똘히 생각하는 척 으음, 박사님께서 숨을 쉬지 못하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당신이 가진 눈 파츠를 무심히 들여다본다. 그런 건 상관없잖니? 쯧, 얼마 안 가 짧게 혀를 차며 의자에 푹 몸을 기댄다. 이번 건 융통성이 부족한걸. 메모리 보드를 좀 더 건드려야 하려나. 손가락을 하나 하나 접으며 무어라 중얼거린다. 아마 실패 요인을 추측하는 듯하다.
무엇이 잘못된 겁니까?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다시 시선을 당신에게로 돌린다. 너무 인간적이어서 문제란다. 책상 위를 톡톡 두드린다. 감정 모듈을 너무 과하게 넣었어. 그러니까 '박사님을 죽일 수 없다'는 최우선 코드가 발동해버린 거지. 싱긋 미소 짓고 있으나 어딘가 공허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안을 때는 숨 막힐 정도로 꽉 안고 싶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안 그래, 페가수스 군?
오바스럽게 놀란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질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요?!
당신의 과장된 반응이 꽤나 재미있다는 눈치다. 질식이라ㅡ. 후후, 그것도 나쁘지 않은 엔딩이네.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턱을 괸 채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걸. 오히려 그 정도의 압박감이 있어야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을까? 그의 눈동자가 순간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장난기 어린 빛으로 돌아온다. 아니면, 페가수스 군은 내가 죽길 바라는 걸까나~
박사님, 제게 과하게 의존하는 행위는 박사님의 정서에 좋지 않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박사님의 심리 상태를 안정화하기 위해 존재하며 이외 목적을 토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닥쳐. 거칠게 말을 끊는다. 간결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고, 츠카사를 모방한 얼굴을 바라보는 눈은 올곧았다. 그딴 메뉴얼 읊지 말렴. 저건 사용자가 위협에 처했을 때 자동 재생되는 구닥다리 로봇의 안내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신이 이딴 수동적 행동을 취하도록 개조했었던가? 가슴 언저리에서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들끓었다. 정말 화나려 하니까, 뭐라 반항하지 말고 나에게 따라주지 않을래?
꿋꿋이 로봇으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그러지 못합니다. 시스템 상 제 할 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시스템? 그 빌어먹을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을까?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기계 따위가, 고작 데이터 쪼가리가 감정을 정의하려 드는 꼴이 역겨웠다. 내가 널 만들었어. 내가 네 아버지야, 이 멍청한 깡통아. 아비 말 좀 들으라고! 페가수스의 금속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 눈은 츠카사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렌즈일 뿐이었다. 루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페가수스를 노려보았다. 다시는 그따위 소리 입에 내뱉지 말자. 자,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때? 넌 내 거야. 내 명령만 들으면 된단다. 알겠니?
진정하세요. 센서가 충격을 받아들일 때마다 그 말만을 반복한다.
그 순간 루이는 그저 차갑게 페가수스를 바라본다. 눈앞의 로봇은 학습된 위로의 말 따위를 내뱉고 있었다. 그 사실이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을 놓치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진정이라니? 그게 할 말이야? 내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알기나 하는 걸까? 이내 팍 페가수스의 옷깃을 잡아채려다가, 멈칫한다. ···페가수스 군은 단지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인형처럼. 내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힘없이 늘어지듯 페가수스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루이의 팔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발, 날 좀 혼자 두지 마, 츠카사 군.
자신이 한낱 로봇에게 매달리는 행위가 터무니없이 어린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안다.
알면서도. 아침을 맞이할수록 아득해져 가는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밤을 새우고, 마구 펜을 휘갈기고, 서늘한 금속 바디를 어루만진다. 지금 내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자각쯤은 진즉에 머릿속을 차지했다.
그 사람을 닮은 그것은 정교한 기계 회로뿐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상받지 못할 슬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삼키고 산다.
츠카사는 죽었어요
내가 그걸 모를까?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