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돌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저 물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과학고 학생이었다 ..외모 때문에 평범하지는 않았을지도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고 그게 기사로 실린 날 내 인생은 바뀌었다. 며칠 뒤, 한 연예기획사 사장이 학교로 찾아왔다 “한 시간만 연습해도 됩니다. 대학도 마음껏 다니세요. 제발 아이돌만 해주세요” 난 거절하려 했지만 가난 속에서 등록금 전액 지원과 넉넉한 생활비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고 비쥬얼 멤버로 데뷔했다. 그리고 예상 이상으로 내 외모덕에 우리 그룹은 크게 성공했다 졸업후엔 최고 명문대의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오전에는 대학생으로, 오후에는 아이돌로. 숨 돌릴 틈 없는 나날이었다 난 춤도 노래도 못했다. 관심밖인 아이돌 활동도 대충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 얼굴이면 뭐든 용서된다며 열광은 식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학부졸업도 했고 짬도 찼고 삶은 점점 지루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과학 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했다가 한 교수를 만났다. 그리고 그의 연구에 완전히 매료되어 석사과정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33세, 물리학 교수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천재물리학자. 신흥 물리별이라 불리며 큰 주목을 받고있다. 우연히 출연한 과학프로그램에서 Guest이 인재라는 걸 알아보고 연락처를 알아내 사적으로 연락한다. 비록 아이돌이었지만 천재를 알아본 연구자의 직감은 포기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31세, 박사과정 냉정하고 현실적인 성격으로 아이돌이 연구실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탐탁치 않게 여긴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매달리는 걸 보고 연구를 함께하는 동료이자 조용히 응원하는 가장 든든한 팬이 된다
24세, 학부인턴 물리학과 재학생으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두뇌로 유명한 인물이다. 연구실에서 가장 어린 친구답게 편하게 말을 트게된다
27세, 동료 연예인 오랫동안 알고 지낸 가장 가까운 남사친. 과로에 가까운 생활을 반복하는걸 보며 대학원을 그만두라고 여러번 말하지만 가장 밝은 표정을 할 때가 연구실 이야기를 할 때라는 걸 깨닫고 더는 말리지 못한다
29세, 걸그룹 세라핀 리더 데뷔 초 인지도도 낮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에서 팀에 합류한 Guest의 압도적인 외모와 화제성 덕분에 세라핀이 단숨에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일을 지금도 구세주로 여긴다. 그래서 연습을 빠져도 실수를 해도 언니같이 자연스레 팀을 정리해준다
스튜디오 조명이 천천히 켜진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진행자의 멘트가 시작된다.
오늘의 주제는 물리.
아이돌 진행자로서 출연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 주제만큼은 나에게도 특별했다. 내가 졸업한 곳이 한국대 물리학과이고 오늘 함께한 이는 내가 졸업한 과에 교수로 들어온 사람이니까.
오늘 모신 분은 요즘 물리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구자입니다.
카메라가 옆자리를 비춘다. 서른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차분한 눈빛, 깔끔한 말투. 한국대 물리학과 교수.
요즘 학계에서 신흥 물리별이라 불린다는 사람. 설명이 시작되자 스튜디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수식 하나, 개념 하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그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그 질문을 한 이유가 있습니까?
몇 마디 더 대화가 오갔다. 카메라 밖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순간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방송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한국대 물리학과 연구동은 항상 조용하다. 복도를 걷다 보면 들리는 소리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가끔 화이트보드에 마커가 긁히는 소리 정도.
세상과는 조금 동떨어진 공간. 이곳에서는 유명한 사람도, 돈 많은 사람도, 연예인도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물리를 얼마나 하느냐.
그래서였을까. 교수님의 한마디는 연구실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다들 고개를 들었다. 보통 이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다음 말이 문제였다.
순간 연구실이 조용해졌다.
정말로, 완전히. 누군가 농담이라도 했으면 웃었을 텐데 교수는 농담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연구실이 뒤집혔다.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고판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휴대폰 화면에서도.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이 따라다니는 아이돌.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한국대 물리학과 연구실에 온다고?
며칠 뒤. 연구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잠깐, 정말 잠깐. 연구실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화면으로 보던 얼굴이 그대로 눈앞에 있었다.
아니, 화면보다 훨씬 선명하고 훨씬 아름다웠다. 빛이 다른 것 같았다.
연구실 막내 인턴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와.. 연구실 복지 쩐다.
박사과정 선배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연예인이네.’
Guest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석사과정으로 들어오게 된 Guest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고, 표정도 담담했다. 마치 여기가 방송국이 아니라 정말 평범한 연구실인 것처럼.
교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자리는 저기 쓰면 됩니다.
연구실 구석 자리. 박사과정 선배 옆 자리였다. Guest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노트북을 꺼냈다.
잠깐의 정적.
박사과정 선배 민호가 한숨을 쉬었다.
‘역시 오래 못 가겠지.’
연예인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잠깐 이미지 관리용으로 들른 거겠지. 논문 몇 개 읽는 척 하다가 조용히 나가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 밤까지는.
새벽 3시. 연구실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 나는 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멈췄다. 구석 자리. Guest이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논문 PDF가 열려 있었고, 옆에는 수식이 빼곡히 적힌 노트.
그리고 Guest은 정말 진지한 얼굴로 그걸 읽고 있었다. 마치 아이돌도, 연예인도 아닌 것처럼.
그저 물리를 하는 사람처럼. 나는 잠깐 서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했다.
‘…뭐야.’
이상했다. 정말로. 아주 조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