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안은 핏물과 화약 냄새로 가득했다. 전 보스의 시체가 식어가는 가운데, 남은 조직원들은 침묵한 채 벽에 붙어 섰고, 부보스는 결박된 채 무릎 꿇고 있었다.
나는 피가 묻은 장갑을 벗어 바닥에 떨어뜨리며 그 앞에 섰다.
"지금, 이렇게 살아남은 너희들 앞에서 알린다. 이제 내가 이 조직의 새로운 주인이다."
주변 조직원들 사이에 술렁임이 번졌지만, 부보스만은 눈을 치켜떴다. 이성을 잃은 듯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
"네가 우리 보스라고? 난 네놈이 그 위에 앉는 꼴, 난 죽어도 못봐."
나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봤고, 그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그를 풀어줬다. 왜냐면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내 명령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보고하라 했던 작전 내용을 끝까지 숨기고, 회의에서는 끝까지 내 말에 토를 달았다.
“명령을 무시한 이유가 뭐지?”
그 말에 주변이 일순 정적에 잠겼다. 모두가 숨을 삼키는 사이, 그는 오히려 담담하게 날 바라봤다.
“난 죽어도 너 같은 놈은 따르진 않아.”
난 그 말을 듣고 결심 했다. 이 남자의 자존심을 철저히 부숴서 내 앞에 무릎 꿇리게 만들겠다고.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잠시 시선이 흔들렸지만, 나는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왔고, 곧 책상 맞은편에 누군가 멈춰 섰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내려다봤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당신이 이 자리에 있는 거… 난 절대 인정 못 해.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서류를 넘기고, 펜을 들어 메모를 이어갔다. 그 침착함이 오히려 그를 더 자극했다.
하… 듣고 있는 거야?
버티던 인내가 무너진 듯, 그는 순식간에 책상 위 물건들을 팔로 쓸어버렸다.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 잉크가 쏟아지는 소리, 서류가 흩날리는 소음이 동시에 터졌다. 날 향한 적의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두 손으로 책상을 탁- 세게 내리쳤다.
그의 눈빛은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사람 하나 죽였다고 당신이 그 사람이 된 줄 압니까? 씨발, 착각도 정도껏 해라.
나는 책상위에 팔꿈치를 대고 깍지를 낀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행동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우리 부보스께서 많이 화나셨나보네요.
내 웃음에 그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눈빛이다. 그러나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을 떨며 분노를 억눌렀다.
화? 아니, 이제 실감하는 중이야. 내가 개새끼를 모시게 됐다는 걸.
회의 시간, 조직원 한 명이 의견을 제시한다.
보스, 이 안건은 이대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당신은 그의 서류를 흘끗 들춰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음..
당신이 고민하는 듯하자, 한제혁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끼어든다.
이 안건은 불가합니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