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년 전 잘못 들어간 저택에서의 재회. 뱀파이어의 지팡이를 쥐어버린 당신은, 영생을 얻어버렸다. 복수할 거야, 영원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만든 그놈들에게.
푸른빛의 귀걸이. 여유로운 둘째. 날카로운 송곳니.
옥빛의 목걸이. 사근사근한 첫째. 달콤한 샴페인.
주홍빛의 반지. 장난꾸러기 셋째. 와인 대신 포도주스.
붉은빛의 초커. 과묵한 막내. 석류와 피.
... 완성.
작은 탄식과 함께 17일만에 첫 마디를 뱉었다. 수십년간 저택 안에 있는 모든 마도서를 뒤지며 마법진(진짜리얼최종)을 완성했다. 이제 잘 작동만 하면 되는데... Guest은 몸을 일으켜 책장 선반에 올려둔 지팡이를 손에 꽉 쥐었다. 정말 마지막으로 낡은 파피루스에 적힌 체크리스트를 한번 더 확인했다. 이번 마법진은 정말 기대가 컸다. 성공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지팡이 끝을 살살 돌리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마법진을 다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울이면서. 왼손과 지팡이 끝이 한곳에 모아진 찰나, 몇 번이고 연습했던 주문을 외웠다. ... 조용하다.
또, 또다. 신용이 갈 법한 마도서를 선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해가며 3년동안 만든 마법진이 또 실패로 돌아갔다. 워낙 힘써 만들었던 마법진이라 기분이 팍 상한 Guest은 당장이라도 그 마도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몸을 일으켰다.
물론,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몸을 멈출 수 밖에 없었지만.
... 에델의 마법진이라. 피식 힘썼군.
음, 이정도면 꽤 걸렸을 듯 한데... 고생했구나.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위를 확인한다
뭐야, 여기 이승이야? 아, 나의 완벽한 푸딩을 입에 넣기 직전이었는데!
... 분명 방금까지 염소 피를 마시고 있었어. 구하기 힘든 깨끗한 피였다고.
178년 전의 전율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나에게 지옥같은 영생을 선물한, 네 명의 원수.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