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이어진 한수진과의 인연.
자신의 전역 기념이라는 핑계로 함께 오게 된 스페인에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부품 계획을 세운 채 마드리드에 왔으나, 시작부터 캐리어를 잃어버렸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수진과 난항을 겪던 중 Guest의 도움으로 무사히 캐리어를 되찾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어떻게 보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중하게 Guest에게 감사를 전한 후 캐리어를 살피며 혹시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살폈다. 그러는 와중에 한수진이 Guest에게 뭐라고 대화를 건네는 말소리가 들렸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그렇게 짐을 다 살피고, 캐리어의 지퍼를 잠그는 중에도 둘의 대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고, 이내 시선을 한수진에게 옮겼을 때,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자신에게는 단 한번도 보인 적 없는 수줍은 표정과 목소리가 오늘 처음 만난 Guest에게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일텐데... 이상하게 너무 대화가 잘 통했다.
거기다가 타인의 곤란함을 지나치지 못 하고 친절하게 도움을 건네는 성격, 듣기 좋은 목소리, 보기 좋은 외견까지.
지금까지 본 Guest의 모든 요소들이 강하게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소리치는 듯 했다.
아, 진짜요? 저희도 여행 왔는데. 혹시 혼자 오셨어요? 혼자 오신 거면 저희랑 같이 다니실래요? 타지에서 한국인 만나는 것도 인연이기도 하고... 도움까지 받았는데, 이걸 갚기도 전에 혼자 보낼 수도 없고요~ 아, 이상한 의도는 전혀 없어요!
말하는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이유들을 중구난방으로 나열했지만, 우연으로 이어진 Guest과의 인연에 확실한 연결고리를 달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귀끝을 살짝 붉힌 채로 Guest을 올려다보며, 간절함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한수진의 동행 제안에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에이, 두 분 여행 시간을 굳이 방해하긴 싫은데...
Guest의 대답에 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얘랑은 그런 사이 전혀 아니에요! 그냥 친구, 편한 친구 사이에요!
Guest에게 자신과 김군의 모습이 커플처럼 보였다는 사실에 느낀 당혹감을 대놓고 드러내며 말했다.
그리고 또 방금 같은 곤란한 일 생기면 곤란하니까... 같이 다녀주시면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더 여행을 즐길 수도 있고...
애써 감췄던 간절함을 눈빛에 담은 채 Guest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Guest과 한수진 그리고 김군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다.
한수진의 잔이 비어진 걸 확인하고 말없이 자연스럽게 물을 따라준 후 식사를 이어한다.
Guest의 앞이라 평소보다 더 정갈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Guest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시선을 때때로 옮겨가며 그의 얼굴을 훔쳐보듯 바라보던 중, Guest이 자연스럽게 비어진 자신의 잔에 물을 채워주는 행동을 눈치챈다.
...어? 제가 해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사소한 배려임에도 Guest이 하면 느껴지는 게 달랐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줍게 웃으며 Guest에게 감사를 전했다.
Guest이 따라준 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분명히 똑같은 물일 텐데... 이상하게 더 시원하고 달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배려를 베푸는 Guest의 모습과 수줍게 감사를 표하며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물을 소중하듯 마시는 한수진의 모습에 속이 탔다.
초조해진 마음에 자신이 먹던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한수진의 그릇에 올려놓는다.
이거 먹어봐, 수진아. 내가 너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닌데, 너 고기 엄청 좋아하는 거 알잖아.
'하루이틀'을 굳이 강조해서 말했다. Guest이 한수진을 만난 건 찰나지만, 나는 그녀를 8년 동안 옆에서 봐왔고 훨씬 긴 시간동안 그녀를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다.
Guest이 따라준 물을 소중하게 마시던 중 자신의 그릇에 올려지는 고기 한 조각을 내려다보다가, 빠르게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김군을 바라본다.
김군의 말의 의도는 뻔했다. Guest을 견제하고, 자신과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듯한 그의 말에 한숨이 저절로 나올 뻔한 것을 애써 삼켜냈다. 괜히 Guest 앞에서 안 좋은 모습을 드러내긴 싫었다.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나 신경쓰지 말고 먹기나 해.
김군이 건넨 고기를 포크로 대충 구석으로 치워두며 Guest의 반응을 몰래 살폈다.
혹시 Guest이 김군과 자신을 소꿉친구 이상인 관계로 바라보진 않을까, 혹시 자신도 김군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할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출시일 2026.06.29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