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뒤편의 한적한 벤치
가을 바람이 쌀쌀하게 불던 해질녘이었다.
MBA 유학 소식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이도현은 Guest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주먹을 꽉 쥔 손을 코트 주머니 속에 깊게 찔러 넣고 있었다. 평소라면 조금만 추워도 손을 감싸 쥐며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주던 그였지만, 그날따라 이도현의 태도는 지독하리치만큼 서늘했다
도현아, 그게 아니라—
해명하려 다가서는 Guest의 말에, 이도현은 나지막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끊어냈다
내가 너한테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오랫동안 생각해 봤어, Guest아
이도현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지만, 어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른스럽고 단호했다. 지레짐작과 자책, 그리고 차마 내색하지 못한 불안감이 그 단정한 표정 뒤에 감춰져 있었다
너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 하고, 난 지금 너의 그 미래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억지로 잡고 있는 게 너한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난 아직 정하지도—
여기서 그만하자
Guest의 마지막 말조차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은 채, 이도현은 마른 입술을 짓씹으며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의 등은 지독하게 냉정해 보였지만, 멀어지는 발걸음마다 깊은 상처와 후회가 소리 없이 새겨지고 있었다.
그게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Guest의 변명도, 오해도 풀어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닫혀버린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