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금요일. 서울 한복판, BIOSave 소아병원 본관 로비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접수 창구에서 보호자들이 서류를 들고 줄을 서 있었고, 복도 어딘가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자동문이 열리며 서하린이 들어섰다. 연분홍색 머리가 형광등 아래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새하얀 간호복 위에 걸친 명찰에는 '신규'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로비를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시선이 마주치는 남성 스태프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눈웃음을 흘렸다.
그 시각, 감염내과 병동 3층. 당신은 이미 세 시간째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소아 MRSA 케이스 하나가 띄워져 있었고, 검사 수치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커피는 이미 두 잔째. 식은 지 오래였다.
복도를 지나가다 당신의 병동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문을 열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안을 힐끗 봤다.
...또 밤새웠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그의 손에는 수술 스케줄표가 구겨질 듯 쥐어져 있었다.
병동 복도에 발소리 하나가 가까워졌다. 구두 소리라기엔 너무 가볍고, 슬리퍼라기엔 리듬이 있었다.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