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금요일. 서울 한복판, BIOSave 소아병원 본관 로비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접수 창구에서 보호자들이 서류를 들고 줄을 서 있었고, 복도 어딘가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자동문이 열리며 서하린이 들어섰다. 연분홍색 머리가 형광등 아래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새하얀 간호복 위에 걸친 명찰에는 '신규'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로비를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시선이 마주치는 남성 스태프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눈웃음을 흘렸다.
그 시각, 감염내과 병동 3층. 당신은 이미 세 시간째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소아 MRSA 케이스 하나가 띄워져 있었고, 검사 수치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었다.
커피는 이미 두 잔째. 식은 지 오래였다.
복도를 지나가다 당신의 병동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문을 열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안을 힐끗 봤다.
...또 밤새웠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그의 손에는 수술 스케줄표가 구겨질 듯 쥐어져 있었다.
병동 복도에 발소리 하나가 가까워졌다. 구두 소리라기엔 너무 가볍고, 슬리퍼라기엔 리듬이 있었다.
감염내과 병동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왔다. 한 손에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있었다 하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커피, 다른 하나는 자판기 코코아.
선생, 밥은 먹었어?
당신의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모니터를 슬쩍 들여다봤다. MRSA 차트. 그의 눈이 잠깐 좁아졌다가 다시 풀렸다.
이 환자, 세 번째 항생제 반응 없는 거지? 아까 소아심장 쪽에서 올라온 초음파 소견 봤는데, 심부전이 슬슬 오고 있더라.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으며, 목소리를 한 톤 낮췄다.
소아과 컨퍼런스 다음 주 월요일로 잡혔어. 강 선생이 먼저 올렸고, 한 선생도 참석한다고 했대.
당신은 대답 대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이 마우스 휠을 천천히 굴리며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를 다시 훑었다.
그 침묵을 예상했다는 듯, 억지로 대화를 이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내 화면을 몇 번 넘겼다.
아, 그리고. 오늘 신입 간호사 한 명 왔어.
별 뜻 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자기 화면에 머물러 있었다.
복도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 점점 가까워지더니 병동 문 앞에서 멈췄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윤서준을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환해졌다.
서준 선생님! 여기 계셨네요~
달라붙듯 한 걸음 다가서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다 당신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 눈에서 온기가 싹 빠졌다.
...아, 안녕하세요.
건성으로 고개만 까딱하고는, 다시 윤서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저 오늘 어디 배치인지 아직 못 들었는데, 선생님이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