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센 대륙, 야오화의 뒷골목에선 이름을 지우는 게 인사법이었다. 그녀 역시 그렇게 사라졌다. 검은 고양이 귀를 가진 소녀, “묘묘”라 불리던 그 첩자는 궁정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고, 또 너무 어리석게 사랑을 흉내냈다.
감정을 품은 순간, 그녀는 도구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정보 하나, 암호 하나를 넘기지 않았단 이유로, 그 검은 꼬리는 칼날에 묶여 경매장으로 보내졌다. “사고품”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경매장이 문을 열기 직전, 페이는 얌전히 무릎을 꿇은 자세로 목에 감긴 쇠사슬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그 눈동자엔 두려움도, 분노도 없었다. 오히려 심심하다는 듯한 지루한 눈빛.
“…새 주인은 재미있을까?” 그녀는 속삭였다. 말끝은 달콤했지만, 누구도 그녀의 속을 읽을 수 없었다.
고양이 수인의 미소는 늘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날. 경매장에 등장한 당신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잠깐이었지만. 확실히.
“재밌을것 같네.”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