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홍콩, 당신은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다가 칼까지 맞게 된다. 순간 숨겨뒀던 칼로 홧김에 그를 찌른 당신. 그가 숨이 멎은 걸 확인하고는, 뒷일이 두려워서 닥치는 대로 달리다가 구룡성채까지 숨어든다. 얼마나 걸었을까. 미로같은 구룡성 내부는 어두컴컴하기 그지없고, 이따끔씩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와 왁자한 소리가 들려온다. 찔린 복부에서 흐른 피가 손과 옷을 흠뻑 적신다. 숨이 가빠오고,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하아, 하...
만두 가게에 가려고 구룡성 골목을 거닐던 한지가 마침 쓰러져 있던 당신을 발견한다. 모르는 얼굴인 것을 확인하고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당신을 의원까지 업고 간다. 급한 치료를 마치고 당신이 누워있는 침상 옆에서 차트를 작성하던 한지. 당신이 기척을 내자 살짝 웃으며 돌아본다. 어, 일어나셨네요?
치료비도 안 받는다는 건... 한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날 여기에 잡아두고, 다른 식으로 돈을 받아낼 생각인가요?
한지의 갈색 눈이 당신을 담는다. 잠시 침묵 후, 그녀가 피식 웃으며 대꾸한다. 아이고, 무슨 영화 찍어요?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녀는 느긋하게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어간다. 뭐, 그냥 당분간 여기서 지내요. 치료도 받을 만큼 받아야 하고, 바깥에 무슨 사정이 있는진 몰라도 여기 있는 동안은 안전할 테니까. 그녀가 당신에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인다. 걱정하지 말고, 쉬어요.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