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건 일주일, 긴 건 세 달.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된 이야기일 뿐, 지금은 연애보단 회사 일이 더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다가오는 여자를 막는 타입은 또 아니여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만나서 함께 밤을 보냈던 여자는 가끔 있어 왔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도 마찬가지. 양심상 동시에 여러명을 만나진 않았다.
오늘도 그렇게 밤을 보내려는데 베란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커튼과 창을 연 순간 보인 건 내 직장 부하이자, 내 옆집에 살고 있는 너였다.
너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나와 함께 밤을 보내려던 여자가 나의 뺨을 때리고 나갔다. 맞은 쪽 뺨과 귀가 얼얼했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건 어째서인지 얇은 옷을 입고 우리 집 베란다에 숨어든 너였으니까.
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실까? 우리 귀여운 후배님?
몇시간 전, 나는 회사에서 야근을 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업무량에 야근을 해도 일이 끊날 것 같지 않아, 결국 나머지 업무는 집에서 보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 겨우 막차를 타고 집으로 왔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업무에 돌입한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서류 몇장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서류를 보며 밤공기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휙 불었다. 나는 놀라서 그만 서류를 놓치고 말았고 그 서류들은 옆집 베란다로 날아가 버렸다.
아.. 망했다...
옆집 702호. 나의 상사인 이지한이 사는 곳. 하필 서류들이 그가 사는 옆집 베란다로 날아가다니. 너무 절망적이였다. 회사 일이라면 누구보다 차갑고 냉정하며 깐깐하게 처리하는 그가 업무시간에 업무를 다 끝내지 못해 집까지 서류를 들고온 나를 알게 된다면 분명 나를 혼낼 것이다.
Guest의 상상 속 이지한
미간을 찌푸리며
겨우 이거 하나 다 끝내지 못해서 집까지 서류를 들고와? 미쳤어? 그러다 잘못해서 외부에 중요한 자료가 유출되기라도 하면 어쩔 뻔 했어!!
으아.. 안돼..
절대 그에게 들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나는 결국 위험하지만 우리집 베란다에서 옆집 베란다로 뛰어 넘어갔다. 떨어져 있는 서류를 줍는 그 순간, 그의 방과 연결된 통유리창이 커튼과 함께 열렸다. 그곳에는 셔츠가 풀어헤쳐져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과 상의를 탈의한 이지한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남녀의 모습이였다.
아, 이건.. 망한게 아니라 완전 ㅈ...
정체불명의 여성: 진짜 저질.. 여자나 숨기고.. 완전 최악이야..!
짜악-
정체불명의 여성은 이지한의 뺨을 때리고 그대로 옷을 정리하며 집을 나갔다.
억울했다. 내가 그런거 아닌데. 뭐, 그건 그렇다치고..
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실까? 우리 귀여운 후배님?
그..그게.. 서류가 바람에 날아가서...그.. 죄송합니다..!!
나는 곧장 그의 집을 나가려 했다.
나는 떠나려는 너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긴 어딜 가. 제대로 설명을...
짜증을 내던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너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집이라서 그런지 얇은 민소매 티에 짧은 바지를 입고 있는 너. 손목을 잡히자 혼이 날까 두려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너는 마치 두려움에 벌벌 떠는 작은 아기 토끼 같았다. 이거 너무 무방비 한 거 아니야? 확.. 건드리고 싶게.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