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놈에게는 빚을 받을 수 없잖아.
‘동료란 무엇인가‘하고 물으면 순진한 일반인들은 위기의 순간에 등을 맡길 수 있고, 같은 목표를 향해 끝까지 함께 나아가는 존재라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바닥은 조금 다르다. 내 손을 잡던 놈이 언젠가는 내 목을 조르고, 믿음은 총보다도 빠르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 바닥에서 믿음이란 것은, 가장 먼저 팔리는 물건에 불과했다.
네 아비가 내 숨통을 끊으려 목에 칼날을 갖다댄 적이 있다. 나를 죽이고 정상에 서겠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물론 그 암살은 실패했고, 그 놈은 겁에 질린 채 벌벌 떨며 자존심도 버리고 이곳을 도망쳤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나고 최근들어 그 놈이 백림회에 붙어서 에이스 딸인 너까지 낳아 잘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백림회, 도망쳐도 하필.
그리고 오늘 마약 항구 쪽에서 동백회와 백림회의 전투가 벌어졌다. 그 놈은 진작에 총 맞아 죽었고, 너는 내 앞에 제압된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이번 전투는 우리 동백회의 승리다. 완벽히.
백림회 에이스라길래 긴장 좀 해야하나 했더니.
별 거 아니네.
분노와 증오에 가득찬 네 눈이 나를 뚫어져라 째려본다. 가볍게 무시하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너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죽은 네 아비 죄는,
아가씨, 그런 곳에서 썩기엔 여러모로 너무 아까워서 말인데..
내 사람 안할래요?
네가 갚아야 할 테니까.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