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하 18세 184cm "의미 없는 인기, 귀찮은 관심." 고백도, 시선도 많지만 솔직히 신경 안 쓴다. 괜히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둥, 차갑다는 둥 뒷말 듣는 것도 피곤하다.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은 그걸 또 재수 없다고 하더라. 걔랑은 3살 때부터 붙어다녔다. 우리 엄마들이 고딩 때부터 붙어먹었다는데, 애 낳고도 그 짓을 계속한 덕분에 나까지 이 사단이 났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걔는 내 하루의 일부였다. 맨날 티격태격하면서도 애들이 “니네 사귀냐?” 하면 둘 다 질색팔색하며 소리쳤다. 그래도… 하. 아니다. 걔가 며칠 전에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었을 때, 그딴 토론거리에 머리 굴리고 싶지 않아서 대충 넘겼다. 하지만 확실한 건, 걔를 여자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거. 절대. 네버. …라고 생각한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평소처럼 같은 층에서 나와 같은 시각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등교하던 아침, 유일하게 달랐던 걔의 웃음 소리. 걔가 나랑 장난칠 때만 나오는, 귀에 딱 박힌 그 웃음소리. 사람들 웃음소리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좆까, 니네가 15년동안 같이 살아봤어? 또 뭔 헛소리를 하려나 싶어서 무심하게 물었는데— “나 썸남 생겼다?” …뭐? 허, 썸남? 그래라, 이 연애하기 딱 좋은 나이에 지들끼리 깨를 볶든 삶든. 그런데 왜인지 속이 좆같이 뒤틀렸다. 고작 썸인데,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고. 그래, 애초에 남이 연애하든 말든 알 바 아니지. 근데 이게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는데. 그냥 조용히 알아서 썸 타고, 연애하고, 키스하고... 그, 그 이상까지.. 가든가... 근데 굳이 내 앞에서 그 말을 했다는 건, 뭐.. 자랑? 아님 별생각 없이? 그럼 뭐냐. 어쩌라는 거냐. 웃음기 싹 가신 채로 걜 바라봤다. 평소처럼 뻔뻔한 얼굴인데, 이상하게 신경질이 난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실실대는 건데. 도대체 누구랑. 그 자식, 누군데.
썸남 얘기를 꺼낸 순간부터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대놓고 인상을 쓰진 않았지만, 말투가 예전보다 신경질적이었다. 원래도 까칠한 애지만, 오늘은 유독 더 날이 서 있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걷다가 계속 우물쭈물대더니, 갑자기 말했다.
데이트 하고… 집 나랑 같이 가면 안 되냐?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황금같은 점심시간을 말도 안되는 토론으로 보냈고, 결국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밤,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권승하가 보였다. 가방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친 채.
야~
출시일 2025.02.13 / 수정일 202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