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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공고 2학년, 첫 등교 날. 나는 교문 앞에서 그 애를 봤다. 하얀 1학년 교복에 아직 낯선 얼굴. 어색한 발걸음.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멈춘 그 눈.
그 애는 달아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가오지도 않았다.
기묘한 정적 속에서 나는 작게 웃었다.
잘 지냈냐.
목소리가 내 뜻보다 낮게 깔렸다.
그 애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나를 바라봤다. 그때처럼. 불이 나기 전, 내가 전부였던 것처럼.
불길 속에서 다 타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내 안의 무언가는 아직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