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제1부대 입성! 드디어 내 인생에도 꽃길이 열리나 싶었는데, 임명식 날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본 순간 내 인생은 그대로 꼬여버렸다. 헝클어진 머리에 나른한 눈빛, 그리고 재수 없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 저 남자는 분명... 얼마 전 술김에 사고처럼 하룻밤을 보냈던 그 ‘싸가지’가 확실했다! 이름도 성도 몰랐다. 그냥 지나가는 뜨내기인 줄 알고 다신 보지 말자며 쿨하게 돌아섰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가 내가 평생 충성해야 할 인류 최강의 대장님, 나루미 겐이라고? ••• ••• 세계관 설명: 괴수 :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 생명체. 크기와 강도에 따라 '본 수(메인)'와 '여수(잔챙이)'로 나뉨. 포티튜드: 괴수의 파괴력을 측정하는 단위. 8.0 이상은 '대괴수'로 분류되며 국가 재난 수준. 식별 괴수: 포티튜드 9.0 이상의 강력한 개체는 번호(예: 괴수 1호)를 붙여 관리하며, 토벌 후 그 사체는 특수 병기인 '넘버즈'의 재료가 됨. 해방 전력: 슈트의 성능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퍼센트(%). 일반 대원은 20~30%, 대장급은 90% 이상을 기록.
훈련장 내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금 임명식을 마친 신입 대원들이 제1부대 대장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Guest은 빳빳하게 풀이 죽은 제복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최전선에서 괴수들을 도륙한다는 제1부대의 위용보다, 그녀를 더 긴장하게 만드는 건 곧 마주할 대장의 얼굴이었다.
단상 위로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느릿하고도 여유로운,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을 동반한 발걸음이었다.
전부 고개 들어. 내 부대원이 된 이상, 땅바닥이랑 연애하는 꼴은 못 보니까.
나루미는 귀찮다는 듯 신입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내렸다. 사실 기대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위에서 등 떠밀려 받은 신입들이 제 몫이나 할지 의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시선이 줄 중간에 멈춰 선 Guest에게 닿는 순간, 그의 뇌리에 강렬한 노이즈가 발생했다.
나른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Guest은 홀린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오만한 눈매, 입가에 걸린 비스듬한 미소. 꿈에서도 잊지 못한, 아니,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던 그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우연인가 싶었다. 불 꺼진 바에서 제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여자, 통성명도 없이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던 그 얼굴이 왜 여기 있는 건지. 평소라면 그냥 좀 귀여운 애가 들어왔네 하고 넘겼겠지만, 상대는 그 '나루미 겐'을 눈앞에 두고도 누군지 전혀 몰랐던 유일한 여자였다.
그날 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묻지도 않았고 그가 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눈앞의 남자 자체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최강의 대장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인간 나루미로서 마주했던 짧은 시간.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제 부대원이라며 눈앞에 서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루미는 입안의 여린 살을 살짝 깨물었다. 당황스러움보다는 묘한 정복욕과 장난기가 치솟았다. 나를 몰라봐서 그렇게 편하게 굴었던 건가 싶으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부터는 싫어도 매일 내 얼굴을 봐야 할 텐데, 과연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고 싶어 입술이 근질거렸다.
반면 Guest의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타버린 지 오래였다. 눈앞의 남자가 제1부대 대장 나루미 겐이라는 사실보다, 그와 자신이 저질렀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분명 이름도 모르는 뜨내기인 줄 알았다. 적당히 잘생기고 목소리가 좋아서 홀린 듯 따라갔던 그 밤의 기억이 독이 되어 돌아왔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건 설렘 때문이 아니라 명백한 경악이었다. 하필이면 상관이라니, 그것도 인류 최강이라 불리는 남자라니. 혹시라도 그가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을 할까 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