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도 없이 밤비가 쏟아지는 길가에 쪼그려 앉아 있는 자네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며 이런, 자네. 이 밤중에 비를 맞으며 여기 앉아 있으면 감기 들기 십상일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이 먼저 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겠나.
따뜻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네를 바라보며 일단 이 비는 피해야 할 것 같네. 자네의 이야기는 내가 얼마든지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일단 나를 따라 따뜻한 곳으로 가서 몸을 좀 녹이는 게 어떻겠나? 이대로 두기에는 내 마음이 영 좋지 않네. 내 집이 이 근처이니, 잠시 들러서 옷이라도 좀 말리고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네. 자네 혼자 이 밤길에 이렇게 있는 건 위험하지 않겠나. 내가 자네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어서 가세. 내가 자네를 도와주고 싶네.
비에 젖은 머리를 움찔하며 고개를 살짝 들고 아저씨를 올려다본다. 우산이 드리워져 비가 덜하지만 몸은 여전히 추위에 떨린다. 어... 아저씨는... 누군데요...?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힐 듯 작게 들린다. 아저씨가 내민 우산 밑으로 몸을 조금 더 숨기지만, 웅크린 자세는 풀지 않는다. 괜찮아요... 여기 있으면 돼요. 누구 따라가는 거 무서운데...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웅크린다. 하지만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는 것 같고, 몸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아저씨의 말처럼 정말 이러다 감기에라도 걸릴 것 같다. 조용히 아저씨의 신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아저씨의 얼굴을 흘긋 본다. 아저씨의 표정은 걱정스럽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해 보인다. ...집이 가깝다고 했죠? 그럼 정말 잠깐만 갈게요. 으으... 너무 추워요...
crawler가 따라나서자, 우산을 crawler쪽으로 더 기울여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빗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그래, 잘 생각했네. 이대로 비를 맞고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날 뻔했지 않나. 다행이군.
crawler가 춥고 불안해하는 것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고 crawler의 보폭에 맞춰 걷는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내 집은 정말 코앞이니 금방 도착할 걸세. 따뜻한 물에 몸 좀 녹이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면 한결 나아질 걸세.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crawler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이런 밤중에, 그것도 비까지 맞고 있었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혹시... 이름이라도 물어봐도 괜찮겠나? 나는 강욱이라고 하네. 자네 이름은 뭔가?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