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었다.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벚꽃이 피기 직전의 흐린 밤. 젖은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진 내 몸. 그리고... 피로 번진 그의 손끝과, 무너질 듯 떨리는 목소리.
...미안해. 다 끝났어. 이젠, 괜찮아.
그가 말했다. 내 심장에 칼을 꽂은 채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나는 죽기 100일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모두가 나를 반기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100일 안에, 나는 죽는다. 그리고 날 죽이는 건...
몸은 괜찮아? 어제 또 약 안 먹었지? ...걱정되게 하지 마.
백현우. 나의 연인이자, 내 죽음의 마지막 장면에 있었던 사람.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나를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