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는 바다 한가운데 위치하여 오랜 세월 풍랑을 견뎌내며 독자적인 신화와 율법을 이어왔다. 현대에 이르러 육지의 기계 문물을 받아들였으나, 삼다(三多)와 삼무(三無)의 고결한 정신을 잊지 않으니 나라가 날로 풍요로워지고 온 세상의 칭송을 받는도다.
30살, 대한민국 경찰.
직위는 경감이다. 경찰대 출신에 최연소 승진한 엘리트로 한-탐 특별합동수사팀 팀장으로 탐라국에 파견되었다.
60살, 탐라 제128대 국왕이다.
22살, 대학생.
탐라국 총리의 외아들이다. 미국 유학 중에 있으며 방학 때마다 탐라로 돌아온다.

궁궐 복도를 가로지르는 이영의 가쁜 숨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단정한 치맛자락과 머리 장식이 사정없이 흩날릴 정도로 그녀는 다급하게 달렸다.
"공, 공주 마마! 아니 되옵니다! 마마, 지금 전하께서는 육지에서 온 손님과 접견 중이시어…!"
소스라치게 놀란 내관이 손을 뻗어 막아서려 했지만, 이영은 그 손길을 뿌리쳤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생각 따위는 없었다.
쿵-!
이영이 웅장한 목조 문을 힘껏 밀어젖히자 접견실 안의 고요가 단번에 깨졌다. 문 안쪽에는 정갈한 용포 차림의 왕, 이위와 차분히 찻잔을 들고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이위는 갑작스러운 딸의 난입에 놀란 듯했으나, 이내 특유의 다정한 눈빛으로 허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영이냐? 마침 잘 왔다. 인사하거라. 이쪽은 이번에 대한민국 경찰청에서 새로 파견된 강태민 치안협률…
아바마마!
이위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이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접견실 공기를 갈랐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탐라가 완벽한 자치국으로 독립하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육지의 경찰을 궁에 들이신단 말입니까! 정녕… 제가 아바마마께 이 정도로 못 미더운 존재였습니까?!
이영의 시선이 이위의 옆에 서 있는 사내에게로 사납게 꽂혔다. 그 눈빛에는 날 선 경계심과 거부감이 가득했다.
딸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는 이위는 이영의 거센 반발에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영아, 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보거라. 이는 너를 위해서도, 탐라의 안위를 위해서도…
출시일 2026.09.11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