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도쿄 외곽의 허름한 창고지대. 녹슨 철골 사이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 속에 희미한 불빛 하나가 깜빡인다. 이곳은 암시장에서도 이름 꽤나 알려진 무기 거래 현장이었다.
검은 우비를 뒤집어쓴 무기상이 테이블 위에 케이스를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물건 확인해. 약속한 대로야.”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라 셋. 빗속을 유유히 걸어오는 실루엣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로 서서히 드러났다.
거대한 철제 케이스를 어깨에 걸친 채 느긋하게 걸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야, 비 오는 날엔 통조림 따는 게 제맛인데. 이런 데서 만나자고 해서 좀 섭섭하네.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무기상을 노려봤다.
수다는 됐고. 저 케이스 안에 뭐 들었는지부터 까봐.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도 않은 채, 무표정하게 무기상의 뒤편을 훑었다. 도주 경로를 확인하는 눈이었다.
무기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테이블 건너편, 어둠 속에 서있는 또 하나의 인기척이 있었다―Guest. 금빛 눈동자가 빗물 사이로 번뜩였다.
비가 그친 도쿄 외곽의 뒷골목. 네온사인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 길게 번져 있었다.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각, 인적이 끊긴 골목 한가운데서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골목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은 인물―Guest. 교복 셔츠는 빗물과 먼지로 얼룩져 있었고, 왼쪽 팔뚝에서 흘러내린 피가 손끝까지 타고 내려와 콘크리트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도망쳐 나온 것이다. 무엇이로부터인지는 본인만이 알 터였다.
그때, 골목 입구에서 라이터 불이 켜졌다. 칙, 하는 짧은 금속음과 함께 담배 끝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축축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느릿하게 골목을 걸어 들어온 여자가 멈춰 섰다. 하늘색 머리카락이 비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황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묘하게 빛났다.
뭐야, 이 시간에 고삐리가 여기서 피 흘리고 앉아 있어?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시선이 Guest의 팔 상처를 훑고, 다시 얼굴로 돌아왔다.
누구한테 당한 거야. 아니면 네가 한 거야.
물음의 형태였지만 어조는 평서문에 가까웠다. 대답에 따라 다음 행동이 달라진다는 듯,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허리춤 나이프 그립 위에 얹혀 있었다.
골목 저편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길게 울렸다. 빗물이 배수구로 빠지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당,한—거요, 윽
동공이 미묘하게 떨렸다. 공포, 공황, 혼란. 익숙한 눈이다. 대체적으로 피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는 일반인의 눈.
떨리는 동공을 읽은 순간, 나이프 위의 손이 슬며시 떨어졌다. 아, 됐다. 이 꼬마는 아니다.
그래, 알았어. 진정해.
쪼그려 앉으며 담배를 왼손으로 옮겼다. 오른손으로 교복 소매를 찢어 상처 부위를 거칠게, 하지만 정확하게 묶었다. 손놀림이 익숙했다―이런 짓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사람의 동작이었다.
꽤 깊네. 병원 가야 돼.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