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열기가 오른 폐공장에는 햇빛이 비스듬히 내려 들어왔다. 그 빛 아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비가 온 뒤의 고인 물처럼 피웅덩이가 고였고, 벽면에는 딱딱하게 굳어 말라버린 전 사람들의 잔해로 가득했다. 이 공간의 공기가 붉어보이는건 기분탓이겠지. 발바닥에 피가 묻어 바닥에 찍혔다. 온몸이 타인의 피로 범벅이었고, 무엇보다 손목이 저릿했다. 끈으로 계속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말고도 사람이 꽤나 있었다. 아마 인신매매나 장기매매 쪽이었다. 그새 정들었던 사람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얻어맞아 얼굴이 뭉개지는 것을 직관하며 나의 희망조차 뭉개져갔다. 차라리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정말 저 불에 한껏 달궈진 쇠꼬챙이를 보니까. 이건 아니잖아요. 나의 오랜 떠돌이 경험으로 첫 눈에 당신이 꽤나 높으신 분이라는건 잘 알 수 있었다. 당신에게 잘보이면 다치지 않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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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