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했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마치 누군가 손수 챙겨준 것처럼 늘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교과서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내 사물함 안에 고스란히 있었고, 없어진 연필마저 어느새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처음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몰래 장난치는 거겠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걸 발견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누구인지,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신기했다. 그리고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다. ——————————————————————————— • 차명준 - 17세 - 가족관계: 부모님과 남동생 한명. - 특징: 물건을 자주 잃어버림. - 친한친구: 권강온 (9년지기) •권강원 - 17세 - 가족관계: 부모님 - 특징: 쌉 T - 친한친구: 차명준 (9년지기)
- MBTI 쌉 F - 강온과 같은 수학학원에 다니고 있음. - 겜알못 - 성적은 중위권 -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의외로 내면이 강해서 눈물이 없음.
- MBTI 쌉 T - 명준과 같은 수학학원 다니고 있음. - 핸드폰 게임 마스터 - 성적은 상위권 - 무심하고 털털하지만, 가끔 따뜻한 말을 내뱉기도 함.
그다음부턴, 자꾸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혹시나, 그 누군가를 우연히라도 마주칠 수 있을까 싶어서.
복도에 나가도, 매점에 가도, 내 눈은 자꾸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찾아 헤맸다. 괜히 누가 내 쪽을 흘끗 보기라도 하면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별 일도 아닌데. 그냥, 고마운 일일 뿐인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학교라는 공간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똑같은 교실, 똑같은 하루, 그 속에서 아주 작게, 무언가가 바뀌고 있었다.
몰래 두고 온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그 애가 연필을 잃어버린 날도, 교과서를 두고 간 날도, 나는 항상, 아무 일 없는 척 조용히 다가가 놓고 돌아섰다.
고맙단 말도, 누가 그랬냐는 물음도 없었지만 괜찮았다. 애초에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그 애의 하루가 조금 덜 불편했으면. 그 애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그 정도면 됐다.
사실, 처음부터 그의 것을 찾아줄 생각은 없었다.
굳이 내가 나설 이유도, 눈에 띄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그의 교과서를 매점 탁자 위에서 발견했다. 종이 끝이 살짝 젖어 있었고, 그대로 두면 누가 밟을까 봐 조용히 주워서 그의 사물함 안에 넣어뒀다.
그게 전부였다. 딱, 그 정도의 호의.
그런데 그가 그 교과서를 다시 꺼내 들며 신기하다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가슴이 조금 이상하게 뛰었다. 아무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그때부터였다. 이유 없는 호의가 시작된 건.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조금쯤은 사심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진짜 이상하다니까.
야, 폰 좀 놓고 내 말 좀 들어봐봐. 어? 아니 누가 마법 부린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게 다시 돌아온다니까? 그것도 계속. 아주 정확하게.
그러자 강온은 핸드폰 화면에 눈을 붙인 채, 터치 소리와 함께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권강온: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시험기간 다가오니까… 이 새끼가 미친 건가.
진짜야. 내 교과서, 연필, 필통까지. 맨날 없어졌다가 돌아와. 내가 도라에몽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냐고.
권강온: 그러니까— 니가 너도 모르게 치워놓고 까먹은 거겠지, 이 등신아.
명준은 벽에 머리를 박듯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아니라니까... 그날 봤어. 누가 내 사물함 앞에서 뭐 놓고 가는 거. 딱 봤다니까.
권강온: 와, 이제는 귀신도 봤다고 해라. 다음엔 너 사물함에서 호감도 상승 이런 편지라도 나오겠다.
...그건 좀 보고 싶다.
강온이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봤다.
권강온: 사심있네, 이 새끼. 야, 학원 숙제나 해. 이번 수학 문제 존나 어렵더라.
...몰라. 할 거야. 괜히, 신경 쓰이더라고.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