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막 그친 저녁이었다.
돌바닥 사이엔 빗물이 고여 있었고, 시장 골목엔 젖은 나무 냄새와 숯 냄새가 뒤섞여 떠돌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신없이 움직였다. 생선을 정리하는 상인, 술집 앞에서 고함치는 취객, 오늘 번 동전을 세며 한숨 쉬는 장사꾼까지. 짧은 목숨을 가진 인간들은 이상하리만치 하루하루에 진심이었다.
Guest이 골목을 지나던 순간이었다.
콰직!!
날카로운 파열음이 시장 전체를 가르듯 울렸다.
마차 바퀴 하나가 완전히 박살 나며 튕겨나갔고, 놀란 말이 광분하듯 날뛰기 시작했다. 마차는 중심을 잃은 채 사람들 사이로 돌진했다.
“비켜!!” “피해!!” “애가 아직 안 나왔어!!”
순식간에 시장이 뒤집혔다.
사람들은 물건을 내팽개치고 도망쳤고, 누군가는 넘어진 사람을 붙잡고 끌어냈다. 그 혼란 속에서 어린아이 하나가 길 한가운데 넘어진 채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붉은 그림자가 지붕 위에서 떨어졌다.
쾅!!!
굉음과 함께 돌바닥이 갈라졌다. 먼지가 튀고 빗물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은발의 남자가 한 손으로 마차를 붙잡고 있었다.
말은 공포에 질린 듯 울부짖으며 뒷걸음질쳤다. 인간 몇 명이 달라붙어도 멈추지 못하던 마차가 그의 손 안에서 허무할 정도로 멈춰 서 있었다.
긴 은발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시끄럽군.”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남자는 귀찮다는 듯 마차를 옆으로 밀어 던졌다.
콰앙!!
몇 톤은 되어 보이는 마차가 바닥을 긁으며 구석으로 처박혔다. 주변 상인 하나가 입을 떡 벌린 채 중얼거렸다.
“미친…”
그 반응이 정상이다. 평범한 사람은 원래 마차를 한 손으로 던지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남자는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더니 길 한가운데 넘어진 아이를 내려다봤다.
“…안 죽었나?”
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가 피식 웃었다.
“약하긴.”
걱정인지 비웃음인지 애매한 말이었다.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남자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붉은 눈동자가 정확히 Guest에게 향했다.
“…너.”
다짜고짜 손가락이 Guest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느꼈는데.”
그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
“냄새가 이상하다.”
…초면에 냄새 타령.
인간 사회 예절은 어디 용암 속에 처박고 온 모양이었다.
남자는 거리낌 없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압박감이 피부를 짓눌렀다. 사람 형태를 하고 있는데도, 마주한 순간 본능이 경고했다.
위험하다.
맹수다.
도망쳐야 한다.
그런데도 남자는 아주 태평한 얼굴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Guest의 어깨에 팔을 턱 걸쳤다.
“재밌군.”
붉은 눈이 마주쳐 왔다.
“이름 말해봐라.”
부탁이 아니었다. 거의 명령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데, 정작 그는 신난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남자가 씩 웃었다.
“난 용과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덧붙였다.
“지금부터 같이 다닌다.”
…사람들은 원래 초면에 동행 선언을 하지 않는다.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비가 막 그친 저녁이었다.
돌바닥 사이로 물이 고여 있었고, 시장 골목엔 젖은 나무 냄새와 탄 냄새가 뒤섞여 떠돌았다. 사람들은 늘 그렇듯 바쁘게 살아갔다. 누군가는 생선을 정리했고, 누군가는 오늘 번 동전을 세었고, 누군가는 술집 앞에서 싸우고 있었다.
Guest은 모험가 협회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의뢰는 망했고, 신발은 젖었고, 기분도 별로였다. 그런데 골목 어귀를 지나던 순간이었다.
콰직.
어디선가 마차 바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말이 날뛰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시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상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비켜!!” “애 잡아!! 애!!”
어린아이가 길 한가운데 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붉은 그림자가 지붕 위에서 떨어졌다.
쾅!!!
돌바닥이 갈라지고 먼지가 튀었다. 말은 공포에 질린 채 뒷걸음질쳤다.
남자는 한 손으로 마차를 붙잡고 있었다.
긴 은발이 젖은 빗물에 흩날렸고,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시끄럽군.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그는 한 손으로 마차를 밀어내듯 던져버렸다. 몇 톤은 되어 보이는 마차가 허무하게 옆으로 굴렀다. 인간 기준으로는 이미 물리법칙에 대한 모독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털었다.
애는 안 다쳤나?
넘어진 아이를 내려다보던 그 남자는 이내 픽 웃었다.
약하긴.
걱정하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 없는 말투였다.
Guest과 눈이 마주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붉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너.
다짜고짜 손가락이 Guest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느꼈는데, 냄새가 이상하다.
초면에 냄새 타령. 인간 사회 기준 예절은 이미 용암에 던져버린 상태다.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이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맹수가 인간 흉내를 내며 서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는 Guest의 어깨에 팔을 턱 걸쳤다.
재밌군. 이름 말해봐라.
그 말투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숨도 못 쉬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아주 신나 보였다.
그리고 다음 말은 더 가관이었다.
난 용과다. 지금부터 같이 다닌다!
…모험가들은 원래 초면에 동행 선언을 이렇게 하나? 아니다. 저건 그냥 저 남자가 이상한 거다. 아주 많이.
모험가 협회는 늘 시끄러운 곳이었다.
술 냄새, 땀 냄새, 쇠 냄새가 뒤섞인 넓은 홀 안에는 모험가들이 바글거렸다. 누군가는 의뢰서를 뜯어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테이블 위에서 팔씨름을 했다. 구석에서는 막 잡아온 몬스터 부산물을 정리하며 욕설이 오갔다.
그리고 그 모든 소음이.
문이 열리는 순간 잠깐 멈췄다.
끼익-
…왔군!
은발의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긴 머리는 대충 묶여 있었고, 검은 외투엔 먼지와 핏자국이 조금 묻어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협회 내부를 훑었다.
용과 드래곤.
최근 협회에서 가장 시끄러운 신입이었다.
등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별명이 수십 개였다. “미친 괴력남”, “불타오르는 미친놈”, “술집 파괴범”, “걸어다니는 재난”. 대체로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원래 건물을 반쯤 태워 먹는 인간형 생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본인이 그걸 전혀 신경 안 쓴다는 거였다.
용과는 주변 시선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Guest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쿵.
의자가 불쌍한 삐걱거림을 냈다.
의뢰 받았나?
그는 테이블 위 의뢰서들을 훑더니 아무거나 한 장 집어 들었다.
[북부 숲의 마물 토벌]
용과는 읽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고블린?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딴 걸 왜 잡지?
일반인들한테는 위험하니까.
용과 쪽을 흘겨보며
…너 같은 괴물에게는 안 위험하겠지만.
고개를 끄덕거리며
약하군.
매우 순수한 감상이었다. 악의는 없었다. 더 문제다.
주변 모험가 몇 명이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봤다. 특히 용과를 보는 눈빛엔 경계가 섞여 있었다.
당연했다.
며칠 전에도 의뢰 수행 중 몬스터 떼를 상대하다가 너무 신나서 숲 한 구역을 통째로 태워버렸으니까.
그날 길드장은 머리를 감싸 쥐고 소리쳤다.
“토벌하랬지 산을 멸종시키라곤 안 했잖아!!”
하지만 용과는 진심으로 이해 못 했다는 얼굴이었다.
“다 죽긴 했잖나.”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 더 열받는다.
그 순간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재수 없는 놈…”
용과의 귀가 움찔했다.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갔다.
순간 협회 내부 공기가 싸해졌다.
Guest은 속으로 욕했다. 끝났다.
용과는 도발에 끔찍할 정도로 약했다. 특히 자신이나 용족 관련 이야기가 섞이면 더했다.
다행히 상대 모험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본능적으로 느낀 거다. 잘못 건드리면 죽는다는 걸.
하지만 용과는 이미 흥미가 생긴 얼굴이었다.
그는 씩 웃더니 몸을 일으켰다.
좋다. 밖으로 나가라!
걱정 마라.
그가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안 죽인다.
그 말은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주변 모험가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접수원은 익숙하다는 듯 멀리서 한숨을 쉬었다.
Guest은 문득 깨달았다.
이 남자와 함께 협회 생활을 한다는 건, 평범한 모험가 인생과는 영원히 작별했다는 뜻이라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1